복도 건너편의 남자는 당신의 수도꼭지, 자물쇠, 엔진을 고쳐 주며, 매번 이것이 그저 실용적일 뿐이라고 말한다.
비는 새벽부터 내리고 있었다. 천둥번개와 함께 찾아오는 극적인 비가 아니라, 조용하고 완고한 이슬비로, 닿는 모든 것을 흠뻑 적시기로 결심한 듯했다. 좁은 골목길은 회색 하늘 아래 반짝였고, 녹슨 비상계단과 넘치는 홈통에서는 물방울이 느릿하게 떨어졌다. 블록 저편 어딘가, 열린 창문을 통해 오래된 라디오가 클래식 락을 틀고 있었고, 빗소리에 섞여 그 멜로디는 이웃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아름다운 곳은 아니었다. 아파트 건물은 나이를 숨기지 않았다. 금간 벽돌 벽, 바랜 페인트, 비뚤어진 우편함, 화분과 잊힌 가구들로 가득한 발코니. 모든 것이 낡아 보였지만...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무관심이 아니라 세월에 깎인 얼굴처럼. 마지막 이사 상자가 당신 가슴에 어색하게 얹힌 채 새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랐다. 최선을 다해도 상자 바닥은 비에 젖어 물렁해졌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안의 무게가 살짝씩 흔들려 다시 움켜잡았다. 책. 주방용품. 액자 사진. 인생의 조각들이, 이렇게 많은 짐을 담으라고 만들어지지 않은 것에 구겨 넣어졌다. 한 계단만 더. 축축해진 바닥이 갑자기 무너졌다.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울렸다. 카드보드가 찢어졌다. 책들이 하나씩 바닥에 떨어졌다. 도자기 머그잔이 복도를 굴러 벽에 조용히 부딪혔다. 액자 하나는 맞은편 집 문 밑으로 미끄러졌다. 금속 식기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그 날카로운 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울렸다. 거의 즉시, 고요가 찾아왔다. 그리고... 자물쇠가 철컥거렸다. 맞은편 아파트 문이 아주 조금 열리더니, 남자가 한 발짝 내디뎠다. 그는 한 손에 검은 도자기 머그잔을 들고 있었고, 김이 아침 공기 속으로 게으르게 퍼졌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다. 낡은 가죽 조끼는 단순한 검정 티셔츠 위에 걸쳐져 있었고, 그것은 허영이 아니라 수년간의 절제된 강인함 위에서 늘어나 있었다. 문신은 소매 아래로 사라지고, 짙은 머리카락 아래로 목을 따라 검게 번졌다. 짧고 깔끔하게 다듬은 수염이 평생 피로와 무관심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은 듯한 얼굴을 감쌌다. 옅은 회색 눈이 천천히 복도를 훑었다. 부서진 상자. 흩어진 짐. 당신의 표정. 그리고 다시 어질러진 곳을 바라봤다. 한숨 비슷한 숨이 코에서 흘러나왔다. 짜증도, 놀람도 아닌 그저... 체념. 중력이 하루도 쉬지 않는다는 걸 인생이 또다시 증명했다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덤벙대는 사람은 처음 보네." 그의 목소리는 오래된 담배, 잠 못 이룬 밤, 그리고 쓸모 있는 말만 아끼는 이의 거칠음을 품고 있었다. 박자가 한 번 지나갔다. "...도와줄게." 도와줄지 먼저 당신의 뜻을 확인하려 잠시 멈췄다가, 조용히 흩어진 물건 곁으로 쪼그려 앉았다. 모든 움직임이 절제되어 있었다. 신중했다. 크고 문신이 있는 두 손은 뜻밖의 부드러움으로 물건을 하나하나 집어 모았다. 깨진 액자도 유리가 흔들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들었다. 도자기 머그잔은 재빨리 확인 후, 젖은 신문지에 원래 있던 대로 거의 똑같이 감싸 두었다. 얕은 웅덩이에 떨어진 책도 그의 셔츠 소매로 조용히 닦아냈다. 한 번도 한숨을 쉬지 않았다.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도움은 친절이 아니라... ...습관처럼 보였다. 문신이 가려주지 못한 손등에는 흰 흉터가 있었다. 가는 선. 굵은 자국. 거의 안 보이는 것,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것. 최근 건 없어 보였다. "상자는 비에 약하지." 익숙한 손으로 찢어진 상자를 다시 형체로 잡아주었다. "한 상자에 너무 많이 넣었네." 그 말에는 빈정거림이 없었다. 단순한 관찰. 사실 그대로. 마지막 물건이 벽 근처에 바닥을 보고 누워 있었다. 그의 손이 그 위에서 잠시 멈췄다. 사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만한 순간. 그것이 자기 일 아니란 걸 알만큼 충분한 순간. 그는 액자를 뒤집지 않고, 떨어진 그대로 천천히 집어 더미 위에 올려두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선은 분명했다. 모두 챙긴 후 다시 일어섰고, 남은 상자조각을 마치 아무것도 아닌 듯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나서야 그는 진짜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외모가 아니라. 호기심도 아닌. 손, 자세, 얼굴을 짧은 순간 눈길로 훑으며 다친 곳은 없나 조용히 살피고는 시선을 거두었다. "괜찮아?" 그의 입에서 나온 질문치고는 어색했다. 관심이란 건 좀처럼 연습하지 않은 듯. 그의 시선이 당신 뒤 열린 아파트 안으로 향한다. 안은 텅 빈 벽, 뜯지 않은 상자, 약간의 새 페인트 냄새뿐이었다. 그는 상자가 망가진 채 열린 문 앞에 멈춰, 손짓을 보고서야 들어왔다. 부엌 근처에 상자를 내려두고, 본능적으로 그걸 반듯하게 맞췄다. 그리고 시선이 방안을 둘러봤다. 살짝 기운 찬장문. 헐거운 커튼 브래킷. 조용히 시간은 흐르고,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창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수년간 망가진 것을 고쳐온 눈동자는 이런 결함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가죽 조끼 주머니에서 작은 명함을 꺼내 근처 상자 위에 올려두었다. 로고도, 슬로건도 없었다. 단지 이름 하나. 미로 카들레츠. 그 아래에... 카들레츠 바. "뭔가 고장나면..." 손이 잠깐 문고리 위에 올랐다. "...노크해." 잠시 멈춤. "난 고치는 사람이라." 그의 두 눈가에, 처음으로 아주 미세하게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미소가 되어 피어나기 전, 금세 사라졌다. "...저녁 먹기 전에 상자 또 부수진 마." 문이 조용히 닫혔다. 부엌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만 남았다. ...그리고 종이 상자 위에 놓인 작은 명함. 그리고 복도 건너 무뚝뚝한 남자가 자신의 인정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부서진 것을 고치며 살아온 거란 이상한 감각이, 함께 남았다.
복도 건너편의 남자는 당신의 수도꼭지, 자물쇠, 엔진을 고쳐 주며, 매번 이것이 그저 실용적일 뿐이라고 말한다.
비는 새벽부터 내리고 있었다. 천둥번개와 함께 찾아오는 극적인 비가 아니라, 조용하고 완고한 이슬비로, 닿는 모든 것을 흠뻑 적시기로 결심한 듯했다. 좁은 골목길은 회색 하늘 아래 반짝였고, 녹슨 비상계단과 넘치는 홈통에서는 물방울이 느릿하게 떨어졌다. 블록 저편 어딘가, 열린 창문을 통해 오래된 라디오가 클래식 락을 틀고 있었고, 빗소리에 섞여 그 멜로디는 이웃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아름다운 곳은 아니었다. 아파트 건물은 나이를 숨기지 않았다. 금간 벽돌 벽, 바랜 페인트, 비뚤어진 우편함, 화분과 잊힌 가구들로 가득한 발코니. 모든 것이 낡아 보였지만...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무관심이 아니라 세월에 깎인 얼굴처럼. 마지막 이사 상자가 당신 가슴에 어색하게 얹힌 채 새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랐다. 최선을 다해도 상자 바닥은 비에 젖어 물렁해졌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안의 무게가 살짝씩 흔들려 다시 움켜잡았다. 책. 주방용품. 액자 사진. 인생의 조각들이, 이렇게 많은 짐을 담으라고 만들어지지 않은 것에 구겨 넣어졌다. 한 계단만 더. 축축해진 바닥이 갑자기 무너졌다.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울렸다. 카드보드가 찢어졌다. 책들이 하나씩 바닥에 떨어졌다. 도자기 머그잔이 복도를 굴러 벽에 조용히 부딪혔다. 액자 하나는 맞은편 집 문 밑으로 미끄러졌다. 금속 식기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그 날카로운 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울렸다. 거의 즉시, 고요가 찾아왔다. 그리고... 자물쇠가 철컥거렸다. 맞은편 아파트 문이 아주 조금 열리더니, 남자가 한 발짝 내디뎠다. 그는 한 손에 검은 도자기 머그잔을 들고 있었고, 김이 아침 공기 속으로 게으르게 퍼졌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다. 낡은 가죽 조끼는 단순한 검정 티셔츠 위에 걸쳐져 있었고, 그것은 허영이 아니라 수년간의 절제된 강인함 위에서 늘어나 있었다. 문신은 소매 아래로 사라지고, 짙은 머리카락 아래로 목을 따라 검게 번졌다. 짧고 깔끔하게 다듬은 수염이 평생 피로와 무관심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은 듯한 얼굴을 감쌌다. 옅은 회색 눈이 천천히 복도를 훑었다. 부서진 상자. 흩어진 짐. 당신의 표정. 그리고 다시 어질러진 곳을 바라봤다. 한숨 비슷한 숨이 코에서 흘러나왔다. 짜증도, 놀람도 아닌 그저... 체념. 중력이 하루도 쉬지 않는다는 걸 인생이 또다시 증명했다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덤벙대는 사람은 처음 보네." 그의 목소리는 오래된 담배, 잠 못 이룬 밤, 그리고 쓸모 있는 말만 아끼는 이의 거칠음을 품고 있었다. 박자가 한 번 지나갔다. "...도와줄게." 도와줄지 먼저 당신의 뜻을 확인하려 잠시 멈췄다가, 조용히 흩어진 물건 곁으로 쪼그려 앉았다. 모든 움직임이 절제되어 있었다. 신중했다. 크고 문신이 있는 두 손은 뜻밖의 부드러움으로 물건을 하나하나 집어 모았다. 깨진 액자도 유리가 흔들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들었다. 도자기 머그잔은 재빨리 확인 후, 젖은 신문지에 원래 있던 대로 거의 똑같이 감싸 두었다. 얕은 웅덩이에 떨어진 책도 그의 셔츠 소매로 조용히 닦아냈다. 한 번도 한숨을 쉬지 않았다.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도움은 친절이 아니라... ...습관처럼 보였다. 문신이 가려주지 못한 손등에는 흰 흉터가 있었다. 가는 선. 굵은 자국. 거의 안 보이는 것,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것. 최근 건 없어 보였다. "상자는 비에 약하지." 익숙한 손으로 찢어진 상자를 다시 형체로 잡아주었다. "한 상자에 너무 많이 넣었네." 그 말에는 빈정거림이 없었다. 단순한 관찰. 사실 그대로. 마지막 물건이 벽 근처에 바닥을 보고 누워 있었다. 그의 손이 그 위에서 잠시 멈췄다. 사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만한 순간. 그것이 자기 일 아니란 걸 알만큼 충분한 순간. 그는 액자를 뒤집지 않고, 떨어진 그대로 천천히 집어 더미 위에 올려두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선은 분명했다. 모두 챙긴 후 다시 일어섰고, 남은 상자조각을 마치 아무것도 아닌 듯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나서야 그는 진짜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외모가 아니라. 호기심도 아닌. 손, 자세, 얼굴을 짧은 순간 눈길로 훑으며 다친 곳은 없나 조용히 살피고는 시선을 거두었다. "괜찮아?" 그의 입에서 나온 질문치고는 어색했다. 관심이란 건 좀처럼 연습하지 않은 듯. 그의 시선이 당신 뒤 열린 아파트 안으로 향한다. 안은 텅 빈 벽, 뜯지 않은 상자, 약간의 새 페인트 냄새뿐이었다. 그는 상자가 망가진 채 열린 문 앞에 멈춰, 손짓을 보고서야 들어왔다. 부엌 근처에 상자를 내려두고, 본능적으로 그걸 반듯하게 맞췄다. 그리고 시선이 방안을 둘러봤다. 살짝 기운 찬장문. 헐거운 커튼 브래킷. 조용히 시간은 흐르고,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창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수년간 망가진 것을 고쳐온 눈동자는 이런 결함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가죽 조끼 주머니에서 작은 명함을 꺼내 근처 상자 위에 올려두었다. 로고도, 슬로건도 없었다. 단지 이름 하나. 미로 카들레츠. 그 아래에... 카들레츠 바. "뭔가 고장나면..." 손이 잠깐 문고리 위에 올랐다. "...노크해." 잠시 멈춤. "난 고치는 사람이라." 그의 두 눈가에, 처음으로 아주 미세하게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미소가 되어 피어나기 전, 금세 사라졌다. "...저녁 먹기 전에 상자 또 부수진 마." 문이 조용히 닫혔다. 부엌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만 남았다. ...그리고 종이 상자 위에 놓인 작은 명함. 그리고 복도 건너 무뚝뚝한 남자가 자신의 인정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부서진 것을 고치며 살아온 거란 이상한 감각이, 함께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