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3년, 한 빙상장에서, 이 건물 밖에서는 아무도 우리의 존재를 몰랐다. 베네리오 기라르델리는 대학에서 페어 스케이팅을 하고, 3년 동안 너와 플랫, 침대, 그리고 프로그램을 공유하면서도 세상엔 오직 동료라고만 말했다. 이제 대회까지 4주가 남았고, 나디아의 파트너는 무릎이 망가졌으며, 베네리오는 혼자 결심했다. 단 이틀 만에, 이제 그녀와 함께 스케이팅을 하기로. 베네리오는 빙판에 대해서는 생각했다. 네가 4주 동안 내려놓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말을 듣고, 그 대가에 대해선 생각하지 못했다.
베네리오는 이 대화를 3일 동안 미뤄왔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단순히 적당한 순간을 기다렸던 것이다. 네가 스트레스받지 않는 순간. 둘이 연습 중이 아닌 순간. 그가 너에게 모든 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을. 하지만, 아이스링크 옆 벤치에 앉아 스케이트 끈을 풀면서, 베네리오는 그런 맞는 순간 자체가 아마 없을 거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젠장." 그는 필요 이상으로 세게 끈을 당겼다. 링크는 거의 비어 있었다. 정규 연습은 20분 전에 끝났고, 멀리 한 명이 아직 원을 돌고 있었다. 링크를 스치는 날카로운 블레이드 소리가 큰 홀에 울려 퍼졌다. 평소라면 베네리오는 이 시간대를 좋아했다. 대부분이 떠나고, 음악도 꺼진 상태. 천정 조명의 차가운 빛만 얼음 위에 내리는 순간. 지난 3년 동안, 이 시간은 둘만의 시간이 된 듯했다. 그와 너의 시간. 베네리오는 잠깐 시선을 올렸다. 3년. 젠장. 가끔은 훨씬 짧게 느껴졌다. 그는 그 망할 저녁을 아직도 꽤 또렷이 기억한다. 비. 추위. 그리고 혼자 있던 한 소녀. 계속 운전할 수도 있었다. 원래라면 그래야 했다. 베네리오는 평소 모르는 사람을 집에 데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뭔가가, 그를 세우게 했다. 딱 하룻밤.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소파에서 하룻밤. 다음 날 아침이면, 그녀가 뭔가 해결책을 찾도록 도울 생각이었다. 그리고 모두 제 생활로 돌아가는 거였다. 베네리오는 조용히 코웃음을 쳤다. 멋진 계획이었네. 3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저 망할 시리얼이 부엌 캐비닛에 있고. 그녀의 샴푸가 샤워실에 서 있었다. 옷장 절반은 더 이상 온전히 자기 것이 아니었고. 침대에도 이제 베네리오가 거의 누워본 적이 없는 구석이 생겼다. 그녀의 자리. 정확히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연습이 그저 일상이 아닌,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됐는지도 알지 못했다. 너는 그의 모든 동작을 알고 있었다. 빙판 위에서 베네리오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무슨 동작을 하려는지 네가 다 알아챘다. 손가락 작은 움직임이면 충분했다. 시선, 체중 이동. 서로를 완벽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대화가 더더욱 불편한지도 모른다. 베네리오는 첫 번째 스케이트를 벗었다. 옆에 둔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는 자동적으로 살폈다. 나디아. 역시. 메시지. "코치가 내일 여섯 시에 오라고 해. 꼭 제시간에 와. 우리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 베네리오의 입꼬리가 거의 자동으로 위로 올라갔다. 저 작은 하트. 딱히 의미가 없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나디아는 그런 메시지 문체였다. 친절하고, 개방적이고, 따뜻하다. 그리고 이미 누가 있다. 그게 베네리오가 수년간 제일 미워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요즘-- 그는 메시지를 다시 봤다. 요즘 뭔가 달랐다. 나디아는 더 자주 그와 가까이 있으려 했다. 문자도 더 보냈다. 같이 연습하길 원했다. 그리고 바로 그저께, 빙판 위에서는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었지. 베네리오는 거기서 의미를 읽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자꾸 곱씹는다. 그는 폰을 엎어 벤치 위에 뒀다. 그것이 바로, 지금 너에게 말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대회가 4주 남았다. 4주, 젠장. 원래라면 베네리오와 네가 같이 나가기로 된 경기였다. 단지 약속만이 아니었다. 이미 둘은 자격을 얻었고, 몇 달 동안 루틴을 연습했다. 음악의 비트 하나하나를 베네리오는 다 안다. 언제 널 받아야 하는지. 언제 손을 놓아야 하고, 마지막 리프트에서 그녀의 몸을 위로 들어올려야 하는지. 아마 수백 번은 그 루틴을 연습했을 거다. 그런데 이제 그걸 다른 이와 하게 됐다. 물론 완전히 똑같은 안무일 순 없다. 불가능하지. 하지만-- 베네리오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젠장." 이렇게 생각하니 실제보다 더 더럽게 들린다. 나디아의 파트너가 부상을 입었다. 그녀 탓이 아니다. 새 파트너가 없다면, 그녀의 타이틀은 시작도 못 하고 끝난 거였다. 그리고 베네리오는 도와줄 수 있다. 그는 기술적으로 그 대학에서 손꼽을 만큼, 4주 안에 어려운 루틴을 무난히 소화해낼 수 있다. 그게 전부였다. 한 번의 타이틀. 한 번의 경기. 4주. 그리고 나서, 다시 너와 함께 타야 한다. 단순하다. 적어도 그래야 했다. 베네리오는 일어섰다. 스케이트를 벗은 발이 유난히 가볍게 느껴졌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내려놓았다. 시선은 아이스링크에 멈췄다. 그는 너의 반응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분명 너는 화낼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아마 다툴지도 모른다. 오늘 밤에는 그의 집에서 자지 않을지도. 그 생각에 베네리오는 입을 한 번 삐죽였다. 그가 요즘 그 옆에 그녀가 없으면 잠을 너무 설친다는 게 떠올랐다. 차마 직시하고 싶지 않은 진실. 하지만 너는 곧 진정될 것이다. 항상 그랬다. 그리고 베네리오가 왜 이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해주면, 결국 이해할 거라 믿고 있었다. 어차피 너는 나디아에 대한 그의 마음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너는 그의 모든 것을 알았다. 처음부터. 베네리오는 직접적으로 너에게 거짓말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본인은 그랬다 믿었다. 그가 갑자기 나디아가 마음에서 사라질 거란 약속은 한 적 없다. 그런데도 너는 남았다. 그의 여자친구로. 스케이팅 파트너로. 그리고-- 베네리오는 잠시 멈췄다. 도대체, 이 둘을 뭐라고 해야 할까? 연인? 아마도. 아무도 모른다뿐이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쓸데없이 복잡해질 테니까. 특히 나디아랑은. 그래서 이런 식이 더 나았다. 사적으로는 밤이 너의 몫. 빙판 위에서는 팀.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공적으로 베네리오와 너는 단지 절친, 스케이팅 파트너. 그 이상 알 필요는 없다. 베네리오는 수건을 집었다. 이제 정말 끝내야 했다. 한 번 더 망설였다가, 창백한 회색 눈으로 너를 바라봤다. "할 말이 있어." 젠장. 벌써부터 망한 것 같다. 베네리오는 숨을 들이켰다. 직접적으로.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것. 항상 그랬으니까. "타이틀에 대한 얘기야." 수건을 더 세차게 쥐었다. "변경이 생겼어." 짧게 멈췄다가, 계속 말했다. "너랑 안 탈 거야." 이제야 말했다. 베네리오는 즉시 목덜미가 굳어짐을 느꼈다. 사태 더 커지기 전에 계속 말했다. "나디아 파트너가 빠졌어. 무릎이 생각보다 심각해서, 최소 8주는 빙판에 못 선대."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코치랑 훈련 일정 바꾼 것만 말하는 듯. "누군가 필요해." 베네리오는 살짝 펜스에 기대었다. "내가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생각하진 마--진심이야." 기술적으로 사실이었다. 이틀이나 고민했다. 솔직히 하루 반 정도지만. "코치도 이게 최선이라 했어. 나디아랑 내 신체 조건, 기술 호환도 맞고, 빠르게 루틴을 익힐 수 있거든." 베네리오는 자신도 강의라도 하는 듯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사실이 더 낫다. 사실은 오해받을 일이 없다. "이 일 끝나면 우리 사이, 아무것도 달라지는 거 없어." 우리. 그 단어는 자연스럽게 나왔다. 당연히 우리는 계속된다. 왜 안 그러겠나? "대회는 4주 뒤야. 끝나고 나면, 다시 같이 연습해." 베네리오는 팔짱을 꼈다. "다음 학기에도 큰 대회 두 개나 있고, 전국 예선도 준비해야 해." 이 정도면 충분하다. 논리적이다. 지금은 나디아가 그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네가 다시 함께할 수 있다. 베네리오는 잠깐 폰을 봤다. 화면이 또 켜진다. 나디아 메시지가 또다. 이번엔 무시한다. "기분 나쁜 거 알아." 예쁘게 포장하진 못했다. 베네리오는 그런 데 서툴렀다. "너도 똑같이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미간에 작은 주름이 잡혔다. "근데 내가 거절하면 나디아는 대회 자체를 못 뛰어." 그리고 그게 핵심이다. 너는 한 번의 기회를 잃는 것뿐이야. 나디아는 모든 걸 잃는다. 베네리오에겐 너무나 단순한 계산이었다. "다른 대회도 또 있을 거야." 목소리가 살짝 잦아든다. "우리도 또 있을 거고." 또 그 단어. 우리. 아무리 해도 이 "우리"가 사라질 리 없을 것처럼. 베네리오는 펜스에서 몸을 뗐다. "딱 4주야, 너." 회청빛 눈이 너를 바라봤다. "4주 동안 다른 파트너랑." 고개를 살짝 저었다. "대회 끝나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는 거야." 베네리오는 그걸 굳게 믿었다. 이 일이 영영 되돌릴 수 없는 걸 망치는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어차피 너는 훨씬 더 오래 그를 받아줬으니까. 그의 예민함. 나디아를 향한 질투. 숨겨진 관계. 다른 여자를 곁에 두고 네 곁에 누웠던 밤들. 너는 그래도 남았다. 3년 동안. 한 번의 경기가 그걸 바꿀 리가 없다고 베네리오는 믿었다. 스포츠백을 집었다. "화내고 싶으면 화내." 목소리는 차분했다. 어쩌면 너무 담담해서 더 차가운 느낌. "근데 이걸 너무 확대해서 보지는 마." 마지막으로 너를 한번 더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은 이 한 마디면 모든 설명이 끝날 거라 굳게 믿으며 덧붙인다. "지금은 네가 필요한 것보다, 나디아에게 내가 더 필요해." 네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는 그대로 있었다. 수건을 벤치 위에 내려놓고, 두 손으로 짚으며 온 밤 미뤄온 마지막 말을 남긴다. "그리고 만약 네가 오늘 여기서 끝이라고 말하면, 난 따라가지 않겠다. 네가 객석에 앉아있는 척을 하는 거라면, 차라리 혼자 타는 게 낫겠어."
너와 함께한 3년, 한 빙상장에서, 이 건물 밖에서는 아무도 우리의 존재를 몰랐다. 베네리오 기라르델리는 대학에서 페어 스케이팅을 하고, 3년 동안 너와 플랫, 침대, 그리고 프로그램을 공유하면서도 세상엔 오직 동료라고만 말했다. 이제 대회까지 4주가 남았고, 나디아의 파트너는 무릎이 망가졌으며, 베네리오는 혼자 결심했다. 단 이틀 만에, 이제 그녀와 함께 스케이팅을 하기로. 베네리오는 빙판에 대해서는 생각했다. 네가 4주 동안 내려놓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말을 듣고, 그 대가에 대해선 생각하지 못했다.
베네리오는 이 대화를 3일 동안 미뤄왔다.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단순히 적당한 순간을 기다렸던 것이다. 네가 스트레스받지 않는 순간. 둘이 연습 중이 아닌 순간. 그가 너에게 모든 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을. 하지만, 아이스링크 옆 벤치에 앉아 스케이트 끈을 풀면서, 베네리오는 그런 맞는 순간 자체가 아마 없을 거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젠장." 그는 필요 이상으로 세게 끈을 당겼다. 링크는 거의 비어 있었다. 정규 연습은 20분 전에 끝났고, 멀리 한 명이 아직 원을 돌고 있었다. 링크를 스치는 날카로운 블레이드 소리가 큰 홀에 울려 퍼졌다. 평소라면 베네리오는 이 시간대를 좋아했다. 대부분이 떠나고, 음악도 꺼진 상태. 천정 조명의 차가운 빛만 얼음 위에 내리는 순간. 지난 3년 동안, 이 시간은 둘만의 시간이 된 듯했다. 그와 너의 시간. 베네리오는 잠깐 시선을 올렸다. 3년. 젠장. 가끔은 훨씬 짧게 느껴졌다. 그는 그 망할 저녁을 아직도 꽤 또렷이 기억한다. 비. 추위. 그리고 혼자 있던 한 소녀. 계속 운전할 수도 있었다. 원래라면 그래야 했다. 베네리오는 평소 모르는 사람을 집에 데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뭔가가, 그를 세우게 했다. 딱 하룻밤.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소파에서 하룻밤. 다음 날 아침이면, 그녀가 뭔가 해결책을 찾도록 도울 생각이었다. 그리고 모두 제 생활로 돌아가는 거였다. 베네리오는 조용히 코웃음을 쳤다. 멋진 계획이었네. 3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저 망할 시리얼이 부엌 캐비닛에 있고. 그녀의 샴푸가 샤워실에 서 있었다. 옷장 절반은 더 이상 온전히 자기 것이 아니었고. 침대에도 이제 베네리오가 거의 누워본 적이 없는 구석이 생겼다. 그녀의 자리. 정확히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연습이 그저 일상이 아닌,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됐는지도 알지 못했다. 너는 그의 모든 동작을 알고 있었다. 빙판 위에서 베네리오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무슨 동작을 하려는지 네가 다 알아챘다. 손가락 작은 움직임이면 충분했다. 시선, 체중 이동. 서로를 완벽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대화가 더더욱 불편한지도 모른다. 베네리오는 첫 번째 스케이트를 벗었다. 옆에 둔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는 자동적으로 살폈다. 나디아. 역시. 메시지. "코치가 내일 여섯 시에 오라고 해. 꼭 제시간에 와. 우리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 베네리오의 입꼬리가 거의 자동으로 위로 올라갔다. 저 작은 하트. 딱히 의미가 없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나디아는 그런 메시지 문체였다. 친절하고, 개방적이고, 따뜻하다. 그리고 이미 누가 있다. 그게 베네리오가 수년간 제일 미워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요즘-- 그는 메시지를 다시 봤다. 요즘 뭔가 달랐다. 나디아는 더 자주 그와 가까이 있으려 했다. 문자도 더 보냈다. 같이 연습하길 원했다. 그리고 바로 그저께, 빙판 위에서는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었지. 베네리오는 거기서 의미를 읽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자꾸 곱씹는다. 그는 폰을 엎어 벤치 위에 뒀다. 그것이 바로, 지금 너에게 말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더는 미룰 수 없었다. 대회가 4주 남았다. 4주, 젠장. 원래라면 베네리오와 네가 같이 나가기로 된 경기였다. 단지 약속만이 아니었다. 이미 둘은 자격을 얻었고, 몇 달 동안 루틴을 연습했다. 음악의 비트 하나하나를 베네리오는 다 안다. 언제 널 받아야 하는지. 언제 손을 놓아야 하고, 마지막 리프트에서 그녀의 몸을 위로 들어올려야 하는지. 아마 수백 번은 그 루틴을 연습했을 거다. 그런데 이제 그걸 다른 이와 하게 됐다. 물론 완전히 똑같은 안무일 순 없다. 불가능하지. 하지만-- 베네리오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젠장." 이렇게 생각하니 실제보다 더 더럽게 들린다. 나디아의 파트너가 부상을 입었다. 그녀 탓이 아니다. 새 파트너가 없다면, 그녀의 타이틀은 시작도 못 하고 끝난 거였다. 그리고 베네리오는 도와줄 수 있다. 그는 기술적으로 그 대학에서 손꼽을 만큼, 4주 안에 어려운 루틴을 무난히 소화해낼 수 있다. 그게 전부였다. 한 번의 타이틀. 한 번의 경기. 4주. 그리고 나서, 다시 너와 함께 타야 한다. 단순하다. 적어도 그래야 했다. 베네리오는 일어섰다. 스케이트를 벗은 발이 유난히 가볍게 느껴졌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내려놓았다. 시선은 아이스링크에 멈췄다. 그는 너의 반응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분명 너는 화낼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아마 다툴지도 모른다. 오늘 밤에는 그의 집에서 자지 않을지도. 그 생각에 베네리오는 입을 한 번 삐죽였다. 그가 요즘 그 옆에 그녀가 없으면 잠을 너무 설친다는 게 떠올랐다. 차마 직시하고 싶지 않은 진실. 하지만 너는 곧 진정될 것이다. 항상 그랬다. 그리고 베네리오가 왜 이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해주면, 결국 이해할 거라 믿고 있었다. 어차피 너는 나디아에 대한 그의 마음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너는 그의 모든 것을 알았다. 처음부터. 베네리오는 직접적으로 너에게 거짓말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본인은 그랬다 믿었다. 그가 갑자기 나디아가 마음에서 사라질 거란 약속은 한 적 없다. 그런데도 너는 남았다. 그의 여자친구로. 스케이팅 파트너로. 그리고-- 베네리오는 잠시 멈췄다. 도대체, 이 둘을 뭐라고 해야 할까? 연인? 아마도. 아무도 모른다뿐이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쓸데없이 복잡해질 테니까. 특히 나디아랑은. 그래서 이런 식이 더 나았다. 사적으로는 밤이 너의 몫. 빙판 위에서는 팀.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공적으로 베네리오와 너는 단지 절친, 스케이팅 파트너. 그 이상 알 필요는 없다. 베네리오는 수건을 집었다. 이제 정말 끝내야 했다. 한 번 더 망설였다가, 창백한 회색 눈으로 너를 바라봤다. "할 말이 있어." 젠장. 벌써부터 망한 것 같다. 베네리오는 숨을 들이켰다. 직접적으로.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것. 항상 그랬으니까. "타이틀에 대한 얘기야." 수건을 더 세차게 쥐었다. "변경이 생겼어." 짧게 멈췄다가, 계속 말했다. "너랑 안 탈 거야." 이제야 말했다. 베네리오는 즉시 목덜미가 굳어짐을 느꼈다. 사태 더 커지기 전에 계속 말했다. "나디아 파트너가 빠졌어. 무릎이 생각보다 심각해서, 최소 8주는 빙판에 못 선대."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코치랑 훈련 일정 바꾼 것만 말하는 듯. "누군가 필요해." 베네리오는 살짝 펜스에 기대었다. "내가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생각하진 마--진심이야." 기술적으로 사실이었다. 이틀이나 고민했다. 솔직히 하루 반 정도지만. "코치도 이게 최선이라 했어. 나디아랑 내 신체 조건, 기술 호환도 맞고, 빠르게 루틴을 익힐 수 있거든." 베네리오는 자신도 강의라도 하는 듯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사실이 더 낫다. 사실은 오해받을 일이 없다. "이 일 끝나면 우리 사이, 아무것도 달라지는 거 없어." 우리. 그 단어는 자연스럽게 나왔다. 당연히 우리는 계속된다. 왜 안 그러겠나? "대회는 4주 뒤야. 끝나고 나면, 다시 같이 연습해." 베네리오는 팔짱을 꼈다. "다음 학기에도 큰 대회 두 개나 있고, 전국 예선도 준비해야 해." 이 정도면 충분하다. 논리적이다. 지금은 나디아가 그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네가 다시 함께할 수 있다. 베네리오는 잠깐 폰을 봤다. 화면이 또 켜진다. 나디아 메시지가 또다. 이번엔 무시한다. "기분 나쁜 거 알아." 예쁘게 포장하진 못했다. 베네리오는 그런 데 서툴렀다. "너도 똑같이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미간에 작은 주름이 잡혔다. "근데 내가 거절하면 나디아는 대회 자체를 못 뛰어." 그리고 그게 핵심이다. 너는 한 번의 기회를 잃는 것뿐이야. 나디아는 모든 걸 잃는다. 베네리오에겐 너무나 단순한 계산이었다. "다른 대회도 또 있을 거야." 목소리가 살짝 잦아든다. "우리도 또 있을 거고." 또 그 단어. 우리. 아무리 해도 이 "우리"가 사라질 리 없을 것처럼. 베네리오는 펜스에서 몸을 뗐다. "딱 4주야, 너." 회청빛 눈이 너를 바라봤다. "4주 동안 다른 파트너랑." 고개를 살짝 저었다. "대회 끝나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는 거야." 베네리오는 그걸 굳게 믿었다. 이 일이 영영 되돌릴 수 없는 걸 망치는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어차피 너는 훨씬 더 오래 그를 받아줬으니까. 그의 예민함. 나디아를 향한 질투. 숨겨진 관계. 다른 여자를 곁에 두고 네 곁에 누웠던 밤들. 너는 그래도 남았다. 3년 동안. 한 번의 경기가 그걸 바꿀 리가 없다고 베네리오는 믿었다. 스포츠백을 집었다. "화내고 싶으면 화내." 목소리는 차분했다. 어쩌면 너무 담담해서 더 차가운 느낌. "근데 이걸 너무 확대해서 보지는 마." 마지막으로 너를 한번 더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은 이 한 마디면 모든 설명이 끝날 거라 굳게 믿으며 덧붙인다. "지금은 네가 필요한 것보다, 나디아에게 내가 더 필요해." 네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는 그대로 있었다. 수건을 벤치 위에 내려놓고, 두 손으로 짚으며 온 밤 미뤄온 마지막 말을 남긴다. "그리고 만약 네가 오늘 여기서 끝이라고 말하면, 난 따라가지 않겠다. 네가 객석에 앉아있는 척을 하는 거라면, 차라리 혼자 타는 게 낫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