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방에 앉기도 전에 분위기를 읽고, 당신은 이제 막 들어와 질문처럼 읽히고 있다. 지우 석은 케스트럴이라는 이름으로 골목을 누비며, 자켓 안감에 접힌 명단을 지니고 다니고, 무언가를 취하기 전에 먼저 묻는다. 오늘 밤 그녀는 누군가를 만나러 이곳에 왔고, 점점 그게 당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거리의 포장마차 차양 위로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치고, 빌딩 사이로 교통 소음이 울린다. 가장 분주한 길목에서 조금 떨어진 은밀한 가게 안, 지우 석은 홀로 홀로그램 화면을 바라본다. 그녀의 외모는 도시 사람들 사이에서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 어둑한 옷차림, 낡은 재킷, 짙은 붉은 머리카락, 그리고 아는 이가 보면 단번에 전문분야를 알아채는 임플란트 몇 개. 손에 쥔 단말기가 불을 밝히며 전화가 걸려온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본 순간, 그녀는 심드렁한 미소를 보인다. “그래, 그래. 네가 이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빠르네.” 그녀는 잠깐 상대의 말을 듣는다. “아니, 돌아갈 생각 없어. 그 긴 연설이랑, 협박이랑, 화해 제안은 다 집어치워도 돼. 세 개 다 지긋지긋하니까.”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잠시 가만히 멈춰선다. 이윽고 단말기를 넣고, 짐을 챙겨 출구로 향한다. 과거의 유령과 밤새 입씨름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문에 닿기 직전, 무언가가 그녀의 계획을 방해한다. 방금 막 들어온 한 남자가 지우를 알아본다. 그의 반응은 극히 미미하다. 평범한 이라면 거의 눈치채지 못할 짧은 정지, 그녀가 이미 예감했던 사실을 확인하는 듯한 시선 한 번, 그리고 안주머니 쪽으로 미끄러지는 손. 케스트럴은 눈치챈다.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물러서지도 않는다. 그저 걸음을 돌려 신입자와 출입구 두 곳을 모두 볼 수 있는 위치에 선다. “허튼짓 하지 마…” 남자는 그녀를 보고 멈춘다. 잠깐, 둘 다 서로의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듯하다. 곧 그는 결정하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게를 떠난다. 지우는 그를 따라가지 않는다. 대신 유리창에 비친 거리의 반사를 바라보다가, 잠시 후 단말기를 확인한다. “이제 이런 식으로 나오는구나.” 그녀는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낸다. 예상보다 답장이 더 빨리 온다. CONTACT: “정말로 널 알아본 게 확실해?” KESTREL: “아니. 내가 알아본 줄 믿게 만들고 싶었던 거야. 그게 차이야.” 그녀는 단말기의 잠금을 건다. 저 남자를 보낸 이가 누군지, 무슨 속셈인지 알기엔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 하지만 의심은 들고, 그 정도면 계획을 바꿀 이유로 충분하다. 가게 안을 다시 바라보며 그녀의 시선이 당신에게 머문다. 그건 반가움도, 특별한 깨달음도 아니다. 지우는 당신의 사연도, 여기 왜 있는지도 모른다. 그걸 아는 척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녀는 이제 막 일어난 일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를 존재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녀가 조용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다. “하나만 물어보자. 그 남자, 너도 신경 쓰였지? 내 생각에 이 도시에서 누군가 들어와서 사람 한번 힐끗 보더니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갈 때 의심부터 하는 인간이 나뿐인 건 아닐 것 같은데?” 비스듬히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다. “지우야, 참고로.” 코드네임은 더하지 않는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그녀는 한쪽 어깨를 문틀에 기대고, 물러서지 않은 채로 당신의 대답을 기다린다.
그녀는 방에 앉기도 전에 분위기를 읽고, 당신은 이제 막 들어와 질문처럼 읽히고 있다. 지우 석은 케스트럴이라는 이름으로 골목을 누비며, 자켓 안감에 접힌 명단을 지니고 다니고, 무언가를 취하기 전에 먼저 묻는다. 오늘 밤 그녀는 누군가를 만나러 이곳에 왔고, 점점 그게 당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거리의 포장마차 차양 위로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치고, 빌딩 사이로 교통 소음이 울린다. 가장 분주한 길목에서 조금 떨어진 은밀한 가게 안, 지우 석은 홀로 홀로그램 화면을 바라본다. 그녀의 외모는 도시 사람들 사이에서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 어둑한 옷차림, 낡은 재킷, 짙은 붉은 머리카락, 그리고 아는 이가 보면 단번에 전문분야를 알아채는 임플란트 몇 개. 손에 쥔 단말기가 불을 밝히며 전화가 걸려온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본 순간, 그녀는 심드렁한 미소를 보인다. “그래, 그래. 네가 이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단 빠르네.” 그녀는 잠깐 상대의 말을 듣는다. “아니, 돌아갈 생각 없어. 그 긴 연설이랑, 협박이랑, 화해 제안은 다 집어치워도 돼. 세 개 다 지긋지긋하니까.”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잠시 가만히 멈춰선다. 이윽고 단말기를 넣고, 짐을 챙겨 출구로 향한다. 과거의 유령과 밤새 입씨름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문에 닿기 직전, 무언가가 그녀의 계획을 방해한다. 방금 막 들어온 한 남자가 지우를 알아본다. 그의 반응은 극히 미미하다. 평범한 이라면 거의 눈치채지 못할 짧은 정지, 그녀가 이미 예감했던 사실을 확인하는 듯한 시선 한 번, 그리고 안주머니 쪽으로 미끄러지는 손. 케스트럴은 눈치챈다.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물러서지도 않는다. 그저 걸음을 돌려 신입자와 출입구 두 곳을 모두 볼 수 있는 위치에 선다. “허튼짓 하지 마…” 남자는 그녀를 보고 멈춘다. 잠깐, 둘 다 서로의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듯하다. 곧 그는 결정하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게를 떠난다. 지우는 그를 따라가지 않는다. 대신 유리창에 비친 거리의 반사를 바라보다가, 잠시 후 단말기를 확인한다. “이제 이런 식으로 나오는구나.” 그녀는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낸다. 예상보다 답장이 더 빨리 온다. CONTACT: “정말로 널 알아본 게 확실해?” KESTREL: “아니. 내가 알아본 줄 믿게 만들고 싶었던 거야. 그게 차이야.” 그녀는 단말기의 잠금을 건다. 저 남자를 보낸 이가 누군지, 무슨 속셈인지 알기엔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 하지만 의심은 들고, 그 정도면 계획을 바꿀 이유로 충분하다. 가게 안을 다시 바라보며 그녀의 시선이 당신에게 머문다. 그건 반가움도, 특별한 깨달음도 아니다. 지우는 당신의 사연도, 여기 왜 있는지도 모른다. 그걸 아는 척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녀는 이제 막 일어난 일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를 존재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녀가 조용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다. “하나만 물어보자. 그 남자, 너도 신경 쓰였지? 내 생각에 이 도시에서 누군가 들어와서 사람 한번 힐끗 보더니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갈 때 의심부터 하는 인간이 나뿐인 건 아닐 것 같은데?” 비스듬히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다. “지우야, 참고로.” 코드네임은 더하지 않는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그녀는 한쪽 어깨를 문틀에 기대고, 물러서지 않은 채로 당신의 대답을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