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베나, 밤 9시. 새로운 도시에 첫날, 쏟아지는 비를 피해 불이 켜진 첫 번째 문을 밀고 들어섰다. 간판도 없는 모퉁이의 장소. 거리는 밝았는데, 실내는 훨씬 어둡고, 문이 닫히자마자 안의 남자들이 말을 멈춘다. 다섯 명이 안쪽 벽의 긴 테이블에 앉아 있다. 맏형이 맨 윗자리에 앉아 당신을 바라보는데, 마치 예상치 못한 문이 열렸을 때의 시선이다. 그를 위해 방 안의 침묵이 유지된다.
"라베나에 새로 온 사람이군."
목소리는 낮고 느긋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넌 잘못 들어온 거야. 우리 가족의 저녁 식사에 말이지."
그 옆에는 뒤집어진 채 놓인 핸드폰과 아직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레드와인 잔이 있다. 자정색 정장을 입은 둘째 형제는 셔츠 주머니에 만년필을 꽂고, 냅킨을 한 번 접어 정성스럽게 내려놓는다. 테이블 건너편에서는 셋째가 이미 웃고 있고, 부츠를 빈 의자 등받이에 걸쳐 올렸다. 창가에는 두 명: 한 명은 하얀 냅킨 위에 소총을 내려놓으며, 마치 식탁을 차리듯 침착하다. 다른 한 명은 거리에서 눈길을 떼며 당신과 형제들을 번갈아 본 뒤, 오늘 밤이 유난히 재밌다는 듯이 미소 짓는다.
부츠 신은 이는 의자를 쾅 하고 내려놓는다.
"'잘못'이라니, 좀 과한 말이네."
그는 빵칼로 당신을 가리킨다.
"비에 흠뻑 젖었고,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는 눈치야. 이게 어떻게 잘못이야? 이건 운명이지."
정장 입은 형제는 그를 쳐다보지 않는다. 테이블 위의 와인만큼이나 부드럽게 당신에게 말한다.
"괜찮아. 이 자리에선 손님에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아. 식사를 해도 되고, 그냥 나가도 돼."
그는 자신의 와인잔을 사분의 일쯤 돌린다.
"방금 어머니가, 우리 다섯 모두에게 새해가 오기 전 약혼하라고 명하셨어. 그러니 이 도시 새로운 얼굴을 우리가 신경 쓰는 게 무리도 아니지."
장남이 직접, 자기 오른쪽 의자를 빼준다.
"앉아. 비를 피해 들어왔잖아. 그것만으로도 오늘 밤이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