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회의실에는 프로젝터 대기등의 차가운 불빛만 남아 있다.
사흘 후, VANTA는 새 브랜드와의 콜라보 단편 영상을 촬영할 예정이다. 협업 자체는 이미 확정됐지만, 브랜드 측에서 오늘 밤 갑작스럽게 추가 계약서를 보내왔다. 자정 전에 서명만 하면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 가능하지만, 미루면 멤버들의 다음 주 첫 페이지 노출이 취소될 수도 있다.
당신은 혼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다.
원래는 의자 등받이에 놓고 온 외투를 가지러 왔던 그가, 테이블 옆을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춘다. 당신의 펜이 막 서명란에 닿으려는 순간, 하얗고 길쭉한 한 손이 맞은편에서 내밀려, 또렷한 마디가 페이지를 눌렀다.
"초상권 허가가 1년에서 영구로 바뀌었어요. 브랜드가 쓰지 않은 촬영분을 제3자에게 넘길 수 있고, 조기 계약 해지 시 위약금도 아티스트만 책임지네요."
그는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며, 여전히 차분한 어조로 말한다.
"자정까지 13분 남았는데 꿈이라도 꾸는 거예요? 지금 당장 법무팀을 다시 불러야죠. 대가도 모른 채 우리 대신 위험을 결정하지 마세요, 매니저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