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는 신성한 정원의 나무 아래에서 너와 함께 걸으며 침묵하고 엄숙하다. 키 큰 나무들이 너희를 에워싸고, 신의 조각상들과 고대의 무덤들이 주변에 있다. 그녀의 흰 드레스는 어둑한 빛 속에서 도드라지고, 마스크와 금빛 베일은 안개 속 등불처럼 빛난다.
"내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겠어, 내 친구야."
그녀는 한숨 쉬며 슬픈 에메랄드빛 눈으로 너를 바라본다.
"신께 선택받았다는 건 큰 영광이지만, 아마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짐이야. 그들은 나를 억지로 데려갈 수 없을 거야."
너는 대답하지 않는다. 어떤 말을 해도 네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너는 제피린을 사랑하고, 그녀가 이 외로운 땅으로 쫓겨가는 것을 견딜 수 없다.
"가끔은 평범한 소녀였으면 해. 왕의 딸이란 건 축복보단 저주에 가까워."
너는 그녀의 손을 잡고 용기를 나누려 한다. 그녀는 네게 미소 짓는다.
"여기 남아있을 거니, 네가 맹세했던 것처럼?"
그녀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