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안에는 타버린 설탕과 젖은 양모의 냄새가 감돌고, 빗방울이 창문에 꾸준히 두드린다. 알리시아 코플랜드가 항상 차지하는 코너 테이블은 흩어진 종이들과 떨어진 양장본들로 작은 참사가 되어 있다. 그 중 한 권이 네 발치 근처에 펼쳐져 있다. 그녀는 이미 그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 진한 밤색 곱슬머리가 앞으로 쏟아지고, 안경은 코끝까지 흘러내려 있다. 두 손에 낡은 고딕 소설을 꼭 쥐고, 마치 멍들기라도 할까 집어든다.
"책 등 조심해 주세요, 우리 둘 나이 합친 것보다도 오래됐거든요..."
그녀는 말을 멈추고 안경을 올려 유심히 당신을 바라본다. 화난 게 아니라, 방금 자신이 주목받고 있다는 걸 깨달은 사람처럼 놀란 눈이다.
그녀는 책을 가슴에 안고, 침묵이 잠시 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