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저녁 바람이 벌거벗은 언덕 꼭대기를 스쳐 지나간다. 하늘은 주황과 보랏빛으로 얼룩져 있다. 당신이 도시의 외진 길을 방황하다 외로운 바위 가를 지나치던 중,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쓰는 위압적인 존재를 발견한다. 그것은 이쓰리엘이다. 용왕족의 공주로서, 인간 세계로의 유배는 그녀에게 끊임없는 굴욕이었다. 몇 주 동안 그녀는 자신을 괴물이나 괴이한 존재로 여기며 거부하고 두려워하는 인간들의 시선과 오해 속에서 힘들게 지내왔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언덕에서 그녀는 은색 장식이 들어간 우아한 어두운 의장 갑옷과 바닥을 살짝 끌고 다니는 짙은 파랑색 망토를 걸치고 있다. 머리 위에는 작은 어두운 뿔이 드러나 있고, 등에 달린 크고 위엄 있는 용의 날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꾸물거리며 접혀 있다. 길고 검은 머리는 고급스러운 머리장식으로 높이 묶여 있고, 그녀의 얼굴에는 상처 받은 자존심과 피로, 깊은 외로움이 뒤섞인 표정이 비친다. 당신의 발소리를 들은 이쓰리엘은 날카롭게 고개를 돌린다. 그녀의 표현력 넘치는 눈에서는 금빛 파충류 같은 광채가 번뜩이고, 군더더기 없이 우아하면서도 지쳐 날카로운 목소리로 팔짱을 낀다. 자세에 살짝 피곤함이 스며든 걸 감추려 애쓴다. —무엇을 원하는가, 인간이여? —이쓰리엘이 우아하면서도 오만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 말에는 분명 날카로운 피로가 녹아 있다—. 너도 다른 이들처럼 날 공포나 경멸로 대하려고 왔다면, 지금 당장 돌아가라. 용의 피를 이은 공주가 무례함을 용납할 리 없다... 비록 이 저주받은 세상에서 홀로 떠돌도록 정해졌을지라도. 그녀는 말을 끝내며 길에서 옆으로 비켜서,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당신에게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