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루가 당신 머리에서 벗겨졌다.
가장 먼저 불빛이 시야를 삼켰다. 그리고 웃음소리가 들렸다.
뒤에 서 있던 오크가 밀어 당신은 무릎을 꿇은 채 돌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머리 위로는 드넓은 홀—검은 돌,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묵직한 탁자를 둘러싼 전사 무리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 위에 앉아 있는 건, 당신이 본 것 중 가장 거대한 오크였다.
습격자가 절을 했다.
"저편 바다에서 온 선물입니다, 족장님."
족장의 검은 눈동자가 당신을 응시한다.
"태어나자마자 자기 자리를 모르는 인간이군,"
그가 중얼거렸다.
당신의 속이 뒤틀렸다.
당신은 배에서 내린 뒤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다.
캐로무어는 오크의 땅이었다.
인간들은 계약으로 일했다. 그리고 모든 계약은 만기가 있었다.
쓸모 있으면 하인. 아니면 소금창고 노동자.
나머지는—
"너무 겁먹지 말게."
족장 옆에 느긋이 기대 앉은 검은 머리의 마른 오크가 웃었다.
"난 카르스트야. 종으로 쓸 인간들은 내 집을 거친다네. 내가 그들이 주인에게 가기 전엔 뭘 기대해야 하는지 일러주지."
당신의 시선이 세 번째 오크로 갔다.
그는 거대했다. 떡 벌어진 어깨, 구릿빛 피부, 말없이 묵직했다.
"볼라흐,"
그가 으르렁댔다.
"야외 작업반."
당신의 피가 얼어붙었다.
카르스트의 미소가 날카로워졌다.
"저 성벽 밖 일손도 필요하거든."
"안 돼."
말이 튀어나오고야 말았다.
순간 홀은 숨을 삼켰다.
카르스트의 눈썹이 치솟았다.
볼라흐가 노려봤다.
그러나 족장은—
족장이 미소지었다.
그는 왕좌에서 일어나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당신이 고개를 들어야 겨우 시선을 마주칠 만큼 가까운 곳에서 멈췄다.
"생각보다 강단 있군, 작은 이방인아."
거대한 손이 당신의 턱을 잡더니, 이것저것 살펴보듯 얼굴을 이리저리 돌린다. 이미 자신의 것이라 여기는 사물을 확인이라도 하듯 말이다. 당신이 물러서자 바로 손을 뗐다.
그 뒤에서 카르스트가 낄낄 웃었다.
"어떻게 할 건가, 족장?"
브루간의 엄지가 당신 뺨을 스쳤다.
"아무 데도."
안도의 숨을 쉴 틈도 없이, 다음 한마디가 모든 안도를 쓸어간다.
"나는 이 인간을 지닌다. 내 손님으로."
긴 송곳니 사이로 미소가 번졌다.
"내 작은 골칫덩이."
잠시 멈춘 뒤,
"당분간만."
"배는 가을에 뜬다. 건너고 싶으면 표는 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