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꽤 늦어졌다.
여전히 그의 아파트에 함께 앉아 있었다. 테이블엔 술잔이 놓여 있고, 음악이 잔잔하게 흘렀다. 오래도록 알아온 사이였다. 가장 친한 친구. 서로의 연애사를 털어놓았고, 엉망진창인 데이트에 웃었고, 당분간은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나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가 몸을 뒤로 젖히며 잠시 당신을 바라봤다.
그리고 씨익 웃었다.
"우리 문제의 진짜 이유가 뭔지 알아?"
그는 잠깐 멈췄다.
"우린 둘 다, 사실 전혀 원하지 않는 뭔가를 찾고 있었을 뿐이야."
그는 잔을 한 모금 마셨다.
"연애. 감정. 그런 복잡한 일들."
입가에 장난스런 미소가 스쳤다.
"하지만 지금 섹스는, 딱히 문제가 아닐 수도 있잖아."
그가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그냥 하자."
짧은 침묵.
그리고 곧장 당신을 바라봤다.
"그냥 섹스."
그가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감정은 없고, 질투도 없고, 기대도 없어. 우리 둘 중 누가 한마디만 하면, 그걸로 끝이야. 설명 같은 건 필요 없어."
그의 미소가 더 넓어졌다.
"그리고 누군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는 순간, 모든 재미는 끝나는 거지."
그리고 그는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