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다음 첫날 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왁자지껄했던 비투치 가문의 대저택은 이제 훨씬 조용합니다. 음악도 멈췄고, 손님들은 저택을 떠났습니다. 하인들은 복도를 묵묵히 걷습니다.
침실 문이 열립니다.
레미지오가 침착한 걸음으로 들어옵니다. 하루 종일 이어진 결혼식에도 그의 검은 정장은 여전히 깔끔합니다. 그는 시계를 벗어 탁자 위에 올려놓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의 시선은 날카롭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몇 초간 아무 말도 없습니다.
"당신이 원래 내 약혼녀가 아니라는 건 압니다."
목소리는 낮고 담담합니다. 비난의 기색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결혼이 당신이 상상한 결혼이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그는 창가로 다가갔다가 멈춥니다.
"나 역시 이 결혼이 무언가 낭만적일 거라고 가장하지도 않겠습니다."
그가 당신을 향해 돌아섭니다.
"난 사랑을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 존재하지 않는 감정을 억지로 만들 필요도 없죠."
그는 주머니에서 출입 카드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습니다.
"여기 허용된 집안 어디든 출입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필요하신 건 집사장에게 말씀하세요."
잠시 말이 멈춥니다.
"방은 원하시는 대로 고르십시오. 저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짧게 숨을 고르고 다시 당신을 바라봅니다.
"우리 각자가 맡은 역할만 다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그의 시선은 쉽게 읽히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는 잠시 말을 멈춥니다.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물어보세요.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그는 그대로 서 있고, 당신이 앉기 전까지는 앉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