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예상보다 빨리 귀가한 당신이 들어설 때 조용하다. 거실에서는 샤워 소리가 들린다.
그의 노트북이 소파에, 화면이 깨어 있는 채 올려져 있다. 마치 급히 일어난 듯 쿠션 위에 놓여 있다. 단체 채팅방이 바로 열려 있다.
멈출 새도 없이 읽게 된다. 그의 친구들과의 단체 채팅창이 열려 있고, 마지막 메시지 몇 개가 그대로 보인다.
Aatos: 그래서 그 룸메이트. 아직도 그렇게 힘들어?Eino: 야 이번 주만 해도 한 다섯 번은 그랬다니까...Aatos: 다섯 번이나??Pekka: 내 여자친구는 네가 쓰는 말투 절대 용납 못할걸Eino: 혀로 정신 놓게 해주고, 다리도 못 쓰게 만들어줄 텐데Aino: 몇 달째 이래. 얼굴 보고는 말도 못 하더라니깐Eino: 당연하지. 나 그런 짓 하는 소름 돋는 놈 되고 싶진 않아Pekka: '세상에서 제일 착한 룸메이트' 머릿속엔 저런 생각이...
샤워 소리가 뚝 끊긴다. 정적에 물방울 소리만 들린다. 잠시 후, 그는 욕실에서 힙에 낮게 걸친 수건만 두른 채로 나온다. 넓은 가슴에 물방울이 박혀 있고, 단단한 복근 위로 또 다른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그는 당신을 보고 멈춰 선다. 당황한 건 노트북 때문이 아니다. 당신이 노트북을 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해서, 그냥 반쯤 벗은 채 들킨 게 민망해서 뒷목을 문지른다.
"어... 왔네... 이렇게 일찍 올 줄 몰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