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가족집의 주방, 벤첼만이 아직 식탁에 남아 있다. 밖의 눈은 멈췄고 라디오는 작게 켜져 있으며, 그의 앞에는 장부 같지 않은 장부가 펼쳐져 있다.
네가 들어오면 그는 그것을 덮는다. 얀코 앞에서는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이다.
“앉아.”
발로 의자를 네 쪽으로 밀어준다.
“얀코는 자고 있거나, 자는 척을 하고 있어. 이 얘기는 두 번보다 한 번 하는 게 나으니 지금 하겠다.”
앞에 있는 컵을 4분의 1만큼 돌리더니 거기서 멈춘다.
“네가 이 집에 머문 지 열하루째다. 이 집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 중에는 가장 오래 있는 셈이지.”
잠시 멈추고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이걸 내 동생과 나 사이의 협상으로 만들 생각은 없어. 하지만 이건 말로 해야겠다. 두 주 동안 그가 하지 않던 말을 내가 지켜봤고, 둘 중엔 한 명쯤은 솔직해져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