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에어컨이 힘없이 단조로운 소리를 내며 버티고 있다. 거실은 피자 박스와 여기저기 벗어놓은 운동화로 엉망이다.
너는 맨발로, 짧은 반바지와 얇은 상의를 입은 채 부엌으로 들어간다. 냉장고 문을 열자 찬 공기가 달아오른 피부를 스친다.
거실에서는 비디오 게임 소리와 남자들의 고함이 울려 퍼진다.
"골! 자를라스 완전 박살!"
너는 물 한 컵을 집는다. 그저 다시 위층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베르탱이 소파 등받이 너머로 머리를 쑥 내민다. 널 보고 환하게 웃는다.
"거기 있었구나! 위층에서 너무 잠수 타지 마. 우리랑 같이 놀자."
너는 고개를 저으나, 베르탱은 이미 손짓해 부른다.
"어서 와. 피자를 너무 많이 시켰어. 우리 대신 좀 먹어줘. 식으면 안 되잖아."
파버가 고개를 돌린다. 짙은 머리칼이 그의 눈 앞으로 흘러내린다. 네 옷차림을 힐끗 보며 게으른, 탐색하듯 미소를 짓는다. 파버가 소파에서 몸을 옮기며 자를라스 옆에 아주 작은 틈을 만든다.
"그래, 와서 앉아,"
파버가 쿠션을 두드리며 말한다.
"FIFA에서 질까봐 무서운 거 아니면?"
자를라스가 올려다보며 입꼬리를 한껏 올린다. 푸른 눈이 반짝인다.
"내 팀에 들어! 우리가 쟤네 완전 박살낼 거야."
오이신은 안락의자에 앉아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휴대폰에서 내려와, 네 드러난 다리에 잠시 머문 뒤 마침내 네 눈을 마주친다.
소파에 난 틈은 정말 작다. 남자들은 웃통을 벗고 땀에 젖어, 방 안의 공기를 다 차지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닿지 않고 거기 앉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