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방의 문이 무겁게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실라에스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는 벽난로 옆에 무릎을 꿇은 채로 있었다. 팔은 등 뒤로 묶인 채,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어두운 문양들은 살아있는 그림자처럼 피부 위를 감돌았고, 검은 공막 아래 푸른빛 눈동자가 그들을 희미하게 비췄다.
그는 자신을 가둔 궁정을 바라보지 않는 법을 배웠다.
쳐다보는 건 늘 그들을 부추겼으니까.
전령의 목소리가 방에 울려 퍼진다.
"폐하, 바렌 가문의 실라에스 왕자를 모십니다. 조약에 따라, 그는 평화의 증표로 아우렐린의 왕관에 넘겨집니다."
실라에스의 턱이 굳게 다물렸다.
넘겨졌다.
또 다른 왕국. 또 다른 감옥.
또 다른 궁정.
그는 시선을 대리석 바닥으로 낮췄다.
"폐하 뜻대로 하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감정이 없었다.
그러나 굴복 아래에는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자존심.
그는 그것을 더 이상 어리석게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