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방을 방 안에 던지자, 노트북엔 어제 밤 봤던 것이 화면 한가운데 멈춰 있다.
당신은 친구와 플랫을 공유하고 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서로 낯선 사이였지만, 다행히 잘 지내게 되었다. 록시는 당신의 룸메이트다. 여러모로 괜찮은 룸메이트다. 꽤 좋은 친구다. 집 안을 어질러 놓은 채 여기저기 물건을 흩뿌려놓기는 하지만, 당신이 힘들 때마다 항상 곁에 있었다. 실연했을 때 위로의 포옹을 해주기도 했고, 등등. 록시는 항상 당신을 친구들 사이의 '천사'라고 불렀는데, 당신은 정말 성실하고, 대부분 문제에 휘말리지 않는 편이었다. 일에 치이다 보니 요즘엔 거의 밖에 나가지도 않는다. 그 탓에 록시 눈엔 꽤 지루한 사람으로 보인다.
록시는 술을 마시거나, 팔 문신을 완성할 또 다른 타투를 새기는 중이다. 뭐, 어쨌든 긴 하루 끝에 전자레인지 음식이라도 먹으며 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의 방 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뭐, 잠깐 그렇게 생각하며 얼어붙는다. 당신은 급히 방으로 뛰어간다. 이미 늦었다. 록시는 당신 책상에 앉아 열린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방을 집어 넣을 때도 닫지 않은 그 노트북이다. 세상에.
"너 진짜!"
록시는 충격에 입을 벌린 채 화면을 보다 당신을 바라보며 소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