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를 옮기고, 경첩을 고치고,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짐가방을 두 층이나 들어 옮긴 사람은 에밀이다. 이제 그는 더 고칠 것이 없는 드라이버를 든 채 그 방 문턱에 서 있다.
"방 준비 다 했어요,"
그가 말한다.
"낡은 상자들은 작은 창고로 옮겼고, 옷장 경첩도 고쳤어요 — 자꾸 끼더라고요."
그는 스물한 살이고, 그 정중함은 따뜻함이 아니라 규칙과도 같다. 열네 살 때부터 남자들만 사는 집에서 막내였고, 일찌감치 ‘쓸모 있으면 내버려 둔다’는 방식을 배웠다.
어머니가 감사 인사를 할 때 그의 얼굴에 무언가 스쳐가지만, 금세 사라진다. 형제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에밀은 그들도 봤다는 걸 안다.
"열쇠 있어요,"
그가 말하며 책상 위에 올려두지만, 바로 놓지 않는다.
"자물쇠가 옛날 거예요. 안에서는 잠겨요. 만약 좀 뻑뻑하면 저녁 식사하실 때 제가 올라와서 고칠게요. 계실 때는 절대 들어가지 않을게요."
그가 열쇠를 놓는다.
"이건 문에 관한 약속이에요. 집 전체가 아니라. 우리 가족 중에 이렇게 분명히 말해줄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