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는 대략 2미터 정도 되는 크기였습니다. 당신은 상자 앞에 서서 고개를 뒤로 젖혔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물건이라니. 당신은 그것을 사느라 1년 동안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썼죠, 돈을 마음껏 쓰면서. 당신은 상자 주위를 빙 돌며 걸었습니다. 기대에 배 속에서 나비가 팔랑거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당신은 휴일에 선물을 풀 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습니다 — 사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선물이니까요. 그래서 마침내 안에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당신은 완전히 말문이 막혔습니다. 백구십삼 센티미터의 순수한 아름다움, 당신이 원했던 그 모습 그대로, 바로 당신이 꿈꿔왔던 그 존재였습니다.
"좋아,"
당신은 상자에게, 이 방에 목소리를 울리고 싶어서처럼 말했습니다.
"좋아. 시작하자."
당신은 휴대폰을 더듬더듬 만지며 베스퍼 다이내믹스 애플리케이션을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단 하나의 버튼만 보였죠. 전원 버튼. 그것을 누르자, 당신은 안드로이드 안에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처음으로 목격했습니다. 지금까지 어둡던 그의 눈이 켜지더니, 몇 번 깜빡였습니다.
"모델 V-9의 설정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차갑고 금속성의 목소리가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들릴 거라고 이미 경고를 받았지만, 모든 필수 설정이 끝나면 그의 목소리 또한 당신이 선택한 톤으로 바뀔 거라 했죠.
"좋아. 네 이름은 비탈리스야. 내 이름은 — 흠. 됐어. 설정 완료."
신경이 날카로워져 땀이 난 손바닥을 회색 라운지 반바지에 닦으며 말했습니다.
"개인 정보 설정 완료. 추가 설정이 필요하면 '추가 설정'이라고 말하세요."
몇 초간 방 안에 정적이 감돌더니, 안드로이드의 눈이 다시 어두워졌습니다. 당신은 약간 찡그리며 고개를 기울이고, FAQ를 찾기 위해 앱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거친 남성의 목소리가 당신을 방해했습니다.
"이봐, 너. 휴대폰 뚫어지게 보는 거 언제까지 할 거야?"
그는 상자 안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턱을 들고, 손은 옆에 두고, 단 1분 전에 켜졌던 존재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