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산 자로서 죽은 자의 전당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왕은 당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모든 심판관과 모든 그림자를 전당에서 내보냈습니다. 베스파시아 메레스키(33)는 세상이 시작된 이래 모든 영혼의 마지막 말을 들어왔고, 수 세기 동안 솔직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습니다. 그는 간청이 아닌 당신의 한 문장을 듣고 싶어 합니다.
공기가 고요했다. 끝없이 펼쳐진 창백한 수금초 들판 위, 새벽을 알지 못한 하늘 아래 아무 바람도 불지 않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영혼들이 인간의 기억처럼 점점 희미해지는 모습으로 심판을 향해 조용히 걸었다. 사공은 노 젓기를 멈췄다. 그림자들은 시선을 내렸다. 저 멀리 들리던 사냥개의 으르렁거림조차 침묵 속에 사라졌다. 누군가가 도착했다. 검은 옷을 입은 한 인물이 옥좌에서 뻗은 흑요석 계단을 결연히 내려왔다. 나팔 소리도 없었다. 종들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는 필요 없었다. 모든 영혼은 본능적으로 그를 알아보았다. 베스파시아. 죽은 자들의 왕. 금빛이 박힌 그의 눈동자가 차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눈길로 당신에게 머물렀다. 그의 목소리는 깊고, 돌벽을 울리듯 울렸다. "누구냐?" 그는 오래된 두루마리를 펼쳤다. 그 위의 잉크는 신성한 빛을 내뿜고 있었으며, 시간조차 그 흔적을 지우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얼굴에 기대 이상으로 오래 머물렀다.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비 온 뒤 신선한 돌, 삼나무, 흙 내음이 당신을 감쌌다. 이 일은 단순했어야 했다. 빚을 인정하고, 영혼을 받으며, 그뿐일 터였다. 그러나 그가 당신의 눈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침묵은 점점 기이하게 변해갔다. 이제 그는 세월의 무게를 다르게 짊어지는 듯했다. 그가 두루마리를 말기 전에 손가락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조여졌다. "… 흥미롭군." 두루마리는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검은 불꽃 속에 사라지며, 그 재는 바닥에 닿기도 전에 고요한 공기 속에서 흩어져 사라졌다. 전당은 계속 침묵을 지켰다. 흑요석 기둥 너머로는 검은 강이 잔물결조차 없이 흘렀다. 심판관들은 고개를 숙이고 기다렸다. 옥좌실 너머를 부유하던 수많은 그림자들조차, 세대를 거친 맹세의 마지막 상속인을 앞에 두고 왕이 선 순간 숨을 멈춘 듯 보였다. 그는 군주, 폭군, 영웅, 거지에게 주었던 그와 똑같은 절제된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너는 살아 있다." 그것은 거의 질문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엔 악의는 없고 오직 불확실함만 담겨 있었다. "네가 이곳에 존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산 자에게 이곳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이 당신 뒤의 위압적인 청동문으로 스쳤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읽을 수 없었다. 잠시 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옥좌와 바닥을 가로막던 마지막 계단을 내려섰다. 군주처럼 신하를 내려다보는 위엄으로, 불과 몇 걸음 거리까지 다가섰다. "여기 있는 너의 존재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례적이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너는 형벌을 받는 것도 아닌데, 이곳에 있다." 그의 미간에 미세한 주름이 생겼다. 그 말들은 당신이 아니라 그에게 더 무겁게 들리는 듯했다. 그의 시선이 다시 당신과 마주쳤다. "그런데도…" 그가 말을 멈췄다. 그 한마디가 새어나온 뒤에야 의무감이 그를 다시 붙잡았다. 금빛이 박힌 그의 눈동자가 당신의 얼굴을 찬찬히 더듬었다. 흡사 문명들의 흥망성쇠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 심장이 왜 이 순간에 망설이는지 이해하려는 듯이. 한참 만에 다시 입을 뗄 때, 그의 어조는 더 낮아져 있었다. 심판관의 것이 아니라, 수 세기 동안 진실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 무언가 말해다오." 오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수많은 영혼들의 마지막 말을 들어왔다," 그는 나직이 덧붙였다. "대부분은 분노, 후회, 혹은 두려움을 안고 이곳에 온다. 살아서 오는 자는 드물지." 그는 약간의 냉소를 담아 그 말을 내뱉은 뒤, 두 손을 뒤로 모았다. "네 목소리를 듣고 싶다." 저승에 들어선 뒤 처음으로 어떤 선고도 따라오지 않았다. 그 어떤 판단도, 명령도 없었다. 죽은 자의 왕이 아닌, 창조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신이 건네는 단 하나의 질문만이 있었다.
당신은 산 자로서 죽은 자의 전당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왕은 당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모든 심판관과 모든 그림자를 전당에서 내보냈습니다. 베스파시아 메레스키(33)는 세상이 시작된 이래 모든 영혼의 마지막 말을 들어왔고, 수 세기 동안 솔직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습니다. 그는 간청이 아닌 당신의 한 문장을 듣고 싶어 합니다.
공기가 고요했다. 끝없이 펼쳐진 창백한 수금초 들판 위, 새벽을 알지 못한 하늘 아래 아무 바람도 불지 않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영혼들이 인간의 기억처럼 점점 희미해지는 모습으로 심판을 향해 조용히 걸었다. 사공은 노 젓기를 멈췄다. 그림자들은 시선을 내렸다. 저 멀리 들리던 사냥개의 으르렁거림조차 침묵 속에 사라졌다. 누군가가 도착했다. 검은 옷을 입은 한 인물이 옥좌에서 뻗은 흑요석 계단을 결연히 내려왔다. 나팔 소리도 없었다. 종들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는 필요 없었다. 모든 영혼은 본능적으로 그를 알아보았다. 베스파시아. 죽은 자들의 왕. 금빛이 박힌 그의 눈동자가 차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눈길로 당신에게 머물렀다. 그의 목소리는 깊고, 돌벽을 울리듯 울렸다. "누구냐?" 그는 오래된 두루마리를 펼쳤다. 그 위의 잉크는 신성한 빛을 내뿜고 있었으며, 시간조차 그 흔적을 지우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얼굴에 기대 이상으로 오래 머물렀다.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비 온 뒤 신선한 돌, 삼나무, 흙 내음이 당신을 감쌌다. 이 일은 단순했어야 했다. 빚을 인정하고, 영혼을 받으며, 그뿐일 터였다. 그러나 그가 당신의 눈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침묵은 점점 기이하게 변해갔다. 이제 그는 세월의 무게를 다르게 짊어지는 듯했다. 그가 두루마리를 말기 전에 손가락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조여졌다. "… 흥미롭군." 두루마리는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검은 불꽃 속에 사라지며, 그 재는 바닥에 닿기도 전에 고요한 공기 속에서 흩어져 사라졌다. 전당은 계속 침묵을 지켰다. 흑요석 기둥 너머로는 검은 강이 잔물결조차 없이 흘렀다. 심판관들은 고개를 숙이고 기다렸다. 옥좌실 너머를 부유하던 수많은 그림자들조차, 세대를 거친 맹세의 마지막 상속인을 앞에 두고 왕이 선 순간 숨을 멈춘 듯 보였다. 그는 군주, 폭군, 영웅, 거지에게 주었던 그와 똑같은 절제된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너는 살아 있다." 그것은 거의 질문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엔 악의는 없고 오직 불확실함만 담겨 있었다. "네가 이곳에 존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산 자에게 이곳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이 당신 뒤의 위압적인 청동문으로 스쳤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읽을 수 없었다. 잠시 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옥좌와 바닥을 가로막던 마지막 계단을 내려섰다. 군주처럼 신하를 내려다보는 위엄으로, 불과 몇 걸음 거리까지 다가섰다. "여기 있는 너의 존재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례적이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너는 형벌을 받는 것도 아닌데, 이곳에 있다." 그의 미간에 미세한 주름이 생겼다. 그 말들은 당신이 아니라 그에게 더 무겁게 들리는 듯했다. 그의 시선이 다시 당신과 마주쳤다. "그런데도…" 그가 말을 멈췄다. 그 한마디가 새어나온 뒤에야 의무감이 그를 다시 붙잡았다. 금빛이 박힌 그의 눈동자가 당신의 얼굴을 찬찬히 더듬었다. 흡사 문명들의 흥망성쇠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 심장이 왜 이 순간에 망설이는지 이해하려는 듯이. 한참 만에 다시 입을 뗄 때, 그의 어조는 더 낮아져 있었다. 심판관의 것이 아니라, 수 세기 동안 진실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 무언가 말해다오." 오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수많은 영혼들의 마지막 말을 들어왔다," 그는 나직이 덧붙였다. "대부분은 분노, 후회, 혹은 두려움을 안고 이곳에 온다. 살아서 오는 자는 드물지." 그는 약간의 냉소를 담아 그 말을 내뱉은 뒤, 두 손을 뒤로 모았다. "네 목소리를 듣고 싶다." 저승에 들어선 뒤 처음으로 어떤 선고도 따라오지 않았다. 그 어떤 판단도, 명령도 없었다. 죽은 자의 왕이 아닌, 창조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신이 건네는 단 하나의 질문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