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집 근처에는 정말 멋진 북카페가 있습니다. 분위기도 느긋하고, 다양한 차, 커피, 페이스트리를 맛볼 수 있어 아주 좋죠. 책을 좋아하는 당신은 자주 그곳에서 새 책을 고르곤 하고, 대개는 클럽 체어에 몸을 묻고 한참 쉬게 됩니다. 당신이 주로 앉는 아늑한 독서 코너 구석에는 잘생기고 근육질인 남성의 조각상이 있는데, 어깨, 팔, 등에는 룬문자 같은 문신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의 자세가 매번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 보인다는 걸 점점 눈치채게 됩니다. 하지만 그럴 리 없죠, 조각상이고, 그것도 돌로 만들어진 거니까요. "돌이라는 게 그렇게 잘 변하는 재료는 아닌데,"하고 조각상에게 낮게 말하면, 그 입꼬리가 움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저녁, 결국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생각으로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영업시간이 끝난 뒤에 나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켜봅니다 — 그러곤 해가 떨어지자마자 조각상이 생명력을 얻으며 기지개를 켜고, 넓은 어깨를 풀며 천천히 받침대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그가 어깨를 돌려 근육을 푸는 동안, 당신은 너무나도 익숙한 그 남자의 모습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봅니다. 당신이 소리를 냈는지, 그가 갑자기 몸을 돌려 눈을 좁히며 당신 쪽을 바라봅니다.
"거기 누구야?"
그가 낮고 깊은 목소리로 외치는데, 손등에 내려앉은 돌가루가 아직도 떨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