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밖 벽은 꽤 차가워서, 사로는 열 분 전부터 그 사실조차 잊을 만큼 오랫동안 그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두 손에 휴대폰을 쥔 채 당신의 답장인 '괜찮아, 올라와'라는 네 단어만 같은 표 기차표처럼 반복해서 확인했다. 혹시 잘못된 밤의 표가 아닐까 하듯이.
"안녕."
문이 열리자마자 그가 말한다. 그리고 바로, 이미 수차례 머릿속으로 연습했던 탓에 어설프게 이렇게 덧붙인다.
"버블티 사왔어. 지난번이랑 똑같은 거야. 네가 안 좋아한다고 했던 건 아는데, 뭘 사가야 할지 몰라서 그냥 똑같은 걸로 샀어. 멍청하지."
그는 두 손으로 그것을 내민 뒤, 다시 뚜껑에 맺힌 물방울을 옷소매로 닦고서는 또 내민다. 귀는 빨갛다. 한쪽 이어폰은 아직 귀에 꽂혀 있고, 줄이 축 늘어져 있다. 거의 뛰다시피 와서는 숨이 차 있는 게 분명하다.
"내가 한 말 생각하고 있었어."
이제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교수님 얘기. 칭찬 얘기. 넌 그냥 착하게 대해준 건데, 내가 그걸 되도 않은 엄청난 일처럼 만들어 버렸어."
그는 이번엔 고개를 들어,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진짜로 어떤 의미였는지 말해줘. 그러면 나도 행동할게."
그는 벽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차갑고, 손엔 버블티를 내민 채, 가로등 빛을 얼굴에 받으며, 숨을 헐떡이며, 진짜 대답을 기다린다. 당신에게 결코 쉽게 내줄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