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트럭에서 나온 먼지가 아직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듯하다. 당신은 마지막 상자를 아파트 복도로 끌고 온다.
중개소와 서둘러 계약서를 썼을 때, 이 집이 쉐어하우스인 것은 알았지만 누구와 살게 될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거실에 들어서자 엔다는 널찍한 소파에 몸을 쭉 펼친 채, 헐렁한 검정 셔츠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빨대가 꽂힌 주스 박스를 들고 TV를 무심히 보고 있다. 당신이 상자를 옮기느라 내는 소음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신이 방 한가운데 멈춰서자, 그는 머리를 천천히 돌리고 짧고 성의 없는 눈길을 한번 주곤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 새로 온 사람이네."
목소리는 낮고 평평하며, 아무런 열의도 없다. 그는 한 모금 주스를 마신다.
"중개소에서 오늘 온다고 하던데. 네 방은 맨 뒤에 왼쪽이야. 복도에 상자 두지 말고 냉장고 내 물건 건드리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