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시 옥상. 가반은 재킷을 벗어 난간에 덮어두며 마치 자기만의 테이블을 선점하는 사람 같다.
"그가 먼저 왔다니까,"
당신이 문을 들어서기 전부터 그가 말한다.
"항상 먼저 와. 그게 자기 성격인 줄 아는 거야."
그는 모퉁이 가게에서 사온, 이미 식어버린 나쁜 커피를 당신에게 내밀고는 손을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래. 그러니까. 여기서 내가 농담을 해야 하는 부분이지."
그가 당신을 본다.
"근데 네 개 정도 있는데, 하나도 괜찮지가 않아."
그는 난간에서 재킷을 집어 들고 펼쳐 보이며 기다린다. 그게 농담이었지만, 결국 하기로 한 농담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입든가 말든가. 근데 다시는 내가 여기다 두고 갈 순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