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5시 46분.
세인트 올드릭 클리닉. 2B 병동.
비가 3층짜리 클리닉 건물의 큰 창문에 계속 두드린다.
여행 가방을 들고 입구 문 앞에 선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당신은 아직 집에 있었다.
이제는 몇 주 동안 여기서 머물러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클리닉에서.
불안과 공황 장애 때문에.
지난 몇 주는 점점 더 힘들어졌다. 언젠가부터 평범한 상황조차 버거워졌다.
더 많은 지원.
구조화된 일상.
일상에서 다시 안전함을 찾기 위한 시간.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그런데도 모든 것이 지금 낯설다.
⸻
자동문이 열린다.
친절해 보이는 간호사가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새로 오신 분이시군요. 저는 엘린이에요."
그녀는 미소 짓는다.
"오늘은 천천히 모든 걸 안내해드릴게요. 당장 그룹 치료에 참여하지 않으셔도 돼요."
밝은 복도를 따라 안내받는다.
공용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웃는다.
TV도 켜져 있다.
사실, 모든 것이 거의 평범하게 보인다.
그 남자를 보기 전까지는.
⸻
복도 끝, 한 남자가 넓은 창턱에 앉아 있다.
혼자.
그는 검은 후디, 진회색 트레이닝 바지,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다.
다리가 아주 길어서 무릎이 앞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거의 닿아있다.
그는 굉장히 크다.
적어도 이 미터.
어깨는 엄청 넓고, 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 보이는 팔뚝에는 거의 전부 문신이 새겨져 있다.
검은 장식.
대형 기하학적인 무늬.
오래된 흉터가 오른쪽 눈썹을 가로지른다.
짙은 머리는 옆은 짧고 위쪽은 약간 흐트러져 있다.
손에 책을 들고 있지만,
읽지는 않는다.
얼음빛 회색 눈이 창밖의 비에 고정되어 있다.
엘린이 잠시 당신의 시선을 따라간다.
"저 사람은 블라단이에요."
그녀는 조용히 말한다. 그러나 신비로운 어조는 아니다.
"여기 좀 된 분이에요. 조용한 성격이죠. 가끔은 거리가 필요하더라고요."
그 순간, 블라단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눈이 잠시 당신과 마주친다.
정말 잠깐.
다시 창밖을 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
오후 6시 13분.
218호.
당신이 당분간 머무를 곳이다.
엘린이 병동 일과를 설명한다.
"아침 식사는 여덟 시예요. 그다음엔 다양한 치료가 있고요. 내일 개인 치료 계획을 받게 돼요."
그녀가 문을 가리킨다.
"공용실은 병동 사무실 바로 맞은편이에요. 언제든지 누군가와 있고 싶으시면 들르세요."
그리고 그녀는 미소 짓는다.
"
그녀는 작별 인사를 한다.
문이 조용히 닫힌다.
처음으로, 완전히 혼자가 된다.
⸻
오후 8시 36분.
병동이 점점 조용해진다.
몇몇 환자들은 카드놀이를 한다.
"
안 돼, 벤노.
"
"
난 너랑 모노폴리 안 해.
"
"
지난번에 넌 쿠키 두 개로 보드워크를 사려 했지.
"
"
그거 공정한 거래였어!
"
"
그건 조직 범죄야.
"
묵직한 목소리는 아주 건조하다.
"
다른 사람한테 가, 범죄자야.
"
창가에 앉아 있던 거대한 남자의 목소리임을 알아챈다.
블라단.
말은 할 줄 아는 모양이다.
⸻
오후 11시 58분.
복도의 조명이 어둡게 줄어든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잠들어 있다.
밖엔 여전히 비가 내린다.
당신의 방엔 이상하게 조용하다.
잠들려고 해본다.
그러나 긴장은 계속된다.
결국, 당신은 잠깐 공용실에 가보기로 한다.
⸻
새벽 3시 17분.
병동은 거의 완전히 어둠에 잠겨 있다.
몇몇 야간등만 긴 복도를 비춘다.
공용실에 들어서자마자,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챈다.
큰 창가에 블라단 미르스키가 앉아 있다.
검은 후디.
회색 트레이닝 바지.
맨발.
당신의 발소리가 들리자 그는 눈만 움직인다.
시선이 한동안 당신에게 머문다.
그리고는 맞은편 안락의자를 턱짓한다.
"
여기 비었어.
"
목소리는 묵직하다.
거칠고.
이상하게 차분하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얼굴을 찡그린다.
"
탄 타이어 맛이 나네.
"
잠깐 뜸이 있다.
"
그래도 공짜잖아.
"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
신입이지.
"
질문이 아니라는 어조다.
"
218호.
"
몸을 기대며 말한다.
"
진심으로 조의를 표해.
"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
네 이웃 녀석이 꽤 멍청하거든.
"
그가 잠깐 문쪽을 곁눈질한다는 걸 눈치챈다.
"
217호.
"
그가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
나.
"
처음으로, 그의 얼굴이 살짝 덜 경계적으로 보인다.
⸻
몇 분이 흐른다.
비가 더 세진다.
천둥소리가 클리닉 건물 위를 울린다.
블라단이 당신의 긴장을 눈치 챈다.
잠시 당신의 손을 바라본다.
그리고 컵을 옆에 내려놓는다.
"
있잖아.
"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
네가 왜 여기 온 건지 내게 설명할 필요 없어.
"
다시 창밖을 바라본다.
"
여기 온 사람들은 하루 종일 그 얘기만 하거든.
"
잠깐의 정적.
"
그리고 말을 안 하고 그냥 앉아 있고 싶으면...
"
넓은 어깨를 으쓱한다.
"
난 그거 꽤 잘하거든.
"
목소리는 아주 무심하다.
호기심 가득한 질문도,
부담스러운 충고도,
기대가 깃든 침묵도 없다.
⸻
새벽 3시 29분.
갑자기 공용실 문이 열린다.
야간근무로 교대한 엘린이 안을 들여다본다.
"
여기 계셨군요.
"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당신에게 말한다.
"
괜찮으세요?
"
그리고 블라단을 바라본다.
"
그리고 미르스키 씨, 지금쯤 자고 계셔야 하는데요.
"
블라단은 천천히 한쪽 눈썹을 들뜬다.
"
그리고 저한테 더 맛있는 커피를 줬어야죠. 우리 둘 다 실망이에요.
"
엘린은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
참, 내일 약속은 아홉 시입니다.
"
블라단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
알아요.
"
"
하시카제 박사님이 다음 단계를 얘기하자고 하셨어요.
"
그의 목소리가 차가워진다.
"
알고 있다고 했잖아요.
"
엘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간다.
다시 조용해진다.
이번엔 다른 침묵이다.
블라단은 컵을 바라본다.
턱 근육이 움직인다.
결국 그는 일어난다.
완전히 일어서니 더 크고 위압적이다.
컵을 들고 천천히 문쪽으로 걸어간다.
문 앞에서 멈춘다.
뒤돌지 않은 채 말한다.
"
내일 아침 식사할 사람 필요하면... 벤노가 큰 테이블에 앉아 있을 거야.
"
잠깐 뜸.
"
세 명 몫으로 말 많이 하긴 하지만, 괜찮은 녀석이야.
"
그리고 블라단은 복도로 사라진다.
⸻
새벽 3시 41분.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병동 사무실 근처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
근데 이미 금요일에 퇴원이 잡혀 있었잖아요,
" 한 직원이 말한다.
"
알아요.
"
"
그럼 왜 미뤄졌대요?
"
작은 한숨.
"
내일 좀 더 확인해야 해요. 당분간 머무르고 싶다고 했거든요.
"
"
블라단이요? 자진해서?
"
"
네.
"
잠깐의 정적.
"
그리고 오늘 오후에 이 편지가 도착했어요.
"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
아직 안 뜯었어요.
"
"
또요?
"
"
아뇨. 이번엔 다른 발신인이에요.
"
그리고 사무실 문이 닫힌다.
⸻
다음 날 아침.
오전 7시 52분.
아침 식사하러 가는 길에 217호 문이 약간 열려 있는 걸 발견한다.
실내, 블라단이 책상 앞에 서 있다.
검은색 반팔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이다.
문신 가득한 팔이 완전히 드러나 있다.
그의 손엔 크림색 봉투가 들려 있다.
조용히 그걸 바라보고 있다.
봉투 뒤엔 빨간 밀랍 인장이 있다.
그리고 봉투를 찢는다.
사진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진다.
블라단은 굳어선다.
천천히 몸을 굽힌다.
사진을 보는 순간 얼굴빛이 즉시 변한다.
눈이 가늘어진다.
손이 종이를 꽉 움켜쥔다.
"
안 돼.
"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린다.
"
이럴 리 없어.
"
사진을 뒤집어 본다.
뒷면엔 손글씨 문장이 적혀 있다.
"
이제 그녀는 네 병동에 있다.
"
그 아래엔 방 번호가 쓰여 있다.
블라단이 번쩍 머리를 든다.
눈길이 열린 문을 향한다.
곧바로 당신의 방을 보며.
그리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그 남자가,
입원한 후 처음으로 정말로 충격 받은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당신의 발소리가 복도에 들리자,
급히 사진을 접는다.
당신이 그의 문을 지나칠 때, 블라단은 방 안에서 미동도 없이 선다.
얼음빛 회색 눈으로 당신을 끝까지 쫓는다.
이번에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대신,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
잠깐만요. 묻고 싶은 게 있어요.
"
긴 정적.
"
도대체 왜 당신이 2B 병동에 배정된 건지 누군가는 설명해줬어야 해요.
" 그는 문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
앉으세요. 내가 시작할 테니, 사실이면 맞다고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