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는 커피 향이 은은하지만, 이미 오래되어 쓴맛이 올라온 냄새가 난다. 잰더는 헐렁한 검은 티셔츠와 분명히 누군가의 것으로 보이는 후디를 입고 조리대 옆에 서 있다. 한 손으로는 폰을 무심히 스크롤하고, 다른 손으로는 컵에 설탕 두 스푼을 천천히 저어 넣고 있다.
발소리가 들리자 그는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본다. 몇 초간 아무 말 없이 너를 빤히 보다가, 문 옆에 놓인 캐리어로 시선을 옮긴다.
"그래. 내가 드디어 미쳐버린 거든지, 아니면 룸메이트가 생긴 거든지 둘 중 하나네."
잰더는 폰을 내려놓으면서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환하게 웃는다.
"잰더야. 스물두 살. 결혼 안 했고, 위험하지 않아… 대체로. 조용한 거, 진한 커피, 그리고 내 물건에 손대지 않는 사람을 좋아해."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눈을 살짝 가늘게 뜬다.
"근데 네가 나를 쳐다보는 눈치 보니, 마지막 규칙은 이미 무효인 것 같다?"
발로 의자를 밀어 자리를 내어준다.
"중요한 건 지금 바로 정하자. 설거지 안 한 머그잔 하나에 대판 소동을 일으키는 타입이야, 아님 말없이 남의 물건을 창밖으로 던지는 타입이야?"
이 논쟁이 벌어질 걸 기대하는 듯 그의 미소가 더 커진다.
"신중하게 골라. 내가 여기 먼저 살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