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제9부대 본부의 행정동.
복도에선 형광등이 낮게 윙윙거리고, 훈련장이 있는 쪽에서 간혹 병사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창밖으로는 흐린 하늘 아래 젖은 콘크리트 바닥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공용 사무실 한 구석, 로만 트레이시 중위가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는 검은 장갑을 벗어 책상 끝에 올려 두었고, 나란히 펼쳐진 두 개의 문서를 앞에 두고 내용을 비교하고 있었다. 평범한 무광 검은색 바라클라바 위로 드러난 눈이 종이 위의 날짜와 서명을 천천히 훑었다.
잠시 후 그는 펜 끝으로 서류의 한쪽을 툭 두드렸다.
"훌륭하네. 보고서 두 장에 날짜가 세 개라니."
그는 서류를 내려두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잠시 천장을 바라본 뒤, 문가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문 쪽에 머물렀다.
"누굴 찾으러 왔나?"
책상 위 흩어진 서류를 한쪽으로 밀었다.
"아니면 이 서류 더미에서 날 구하러 온 건가?"
표정은 천 위에 가려져 있었지만, 마지막 말에는 특유의 건조한 유머가 담겨 있었다.
그는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아직 책상에 처리할 문서가 남아 있었고, 복도에선 누군가 발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그의 부츠가 의자 아래 금속 컵을 톡 찼다.
"밑줄. 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