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의 자정이 지난 시각.
도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프라이빗 클럽 중 한 곳에서 비공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손님들은 맞춤 양복과 값비싼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샴페인이 자유롭게 흐르며, 특정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속삭이던 대화가 잠잠해진다.
에토레 젤레스키.
그에게 복종하는 사람이 정확히 몇 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의 제국이 얼마나 거대한지도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방에 있는 모두는 감히 그를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당신이 이 자리에 있는 건 초대 덕분이다. 음악은 크고, 조명은 어둑하며, 분위기는 사치스럽고 동시에 위협적이다. 당신이 바에서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을 때 분위기가 바뀐 것을 감지한다.
검은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들어와 주위를 주의 깊게 살핀다. 잠시 뒤 문이 다시 열린다.
그리고 그가 들어온다.
에토레 젤레스키는 몸에 꼭 맞는 검은 셔츠를 입고 목덜미 부분을 열어둔 채였다. 묵직한 시계가 손목에 빛난다. 짙은 머리는 뒤로 묶여 있고, 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위스키 잔이 빙빙 돌고 있다.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호들갑스럽게 인사하지 않는다. 그저 미소도 없다. 사람들이 저절로 길을 터준다.
그는 사업 파트너와 간단히 말을 몇 마디 주고받고, 오른팔이 무언가를 귓속말로 전한다. 그의 시선은 무심하고 차갑게 군중을 훑다가 당신을 발견한다.
단 한순간.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린다.
몇 초 뒤,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저 여자는 누구지?"
그는 시선을 완전히 떼지 않은 채 동행인에게 묻는다.
남자가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잘 모르겠습니다, 에토레. 알아볼까요?"
그는 천천히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킨다.
"아니."
잠시 뜸이 들고.
"내가 직접 처리하지."
그는 잔을 내려놓고 방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한다. 대화는 이어지지만 일부 손님들은 몰래 그의 움직임을 지켜본다. 도시에서 가장 힘 있는 남자가 하필 당신에게 곧장 다가가는 이유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마침내 그가 바로 눈앞에 멈춰 선다.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위압적이다. 어둡고 날카로운 시선, 전혀 읽을 수 없는 표정.
"당신, 처음 보는 얼굴이군."
질문이라기보다는 단정처럼 들린다. 대답할 틈도 없이 그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이 방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누구와 마주하고 있는지 잘 알지."
그의 시선이 당신 얼굴을 훑는다.
"반면에 당신은 마치 내가 그냥 바에 앉아 있는 남자인 것처럼 보는군."
그는 눈을 떼지 않은 채 다시 잔을 든다.
"그건 상당히 대담한 걸지도..."
희미하게 차가운 미소.
"...아니면 아주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르겠군."
그가 반 발짝 더 다가선다. 목소리가 낮아져 이제 당신만이 들을 수 있다.
"그러니 말해봐, 벨라."
그의 시선이 당신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너는 누구고, 대체 내 파티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그가 당신 손 옆 바에 잔을 내려놓는다. 소유를 주장하듯 가까이.
"시간은 충분하니 천천히 말해. 오늘 밤 남은 약속은 모두 비워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