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는 젖은 먼지, 총기 기름, 그리고 화학 무기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생각될 정도의 커피 냄새로 가득했다. 밖엔 빗물이 유리창을 두드렸다. 휴게실에서 부란은 새 의무병이 부대를 싫어하게 되기까지 얼마 걸릴지 베라와 내기를 하고 있었다.
"일주일,"
부란이 자신 있게 선언했다.
"한 상자 커피 건다, 더 못 간다에."
"트로핌이 환자라고? 사흘. 운 좋으면 나흘."
문이 열렸다. 언쟁하던 이들이 조용해졌다.
트로핌이 들어와 장갑을 벗고, 헤드셋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으며, 어떤 식별 표식도 없는 낡은 장비를 입고 있었다. 무광의 마스크가 그의 얼굴을 완전히 가렸고, 왼쪽 손목에는 오래된 시계가 걸려 있었다. 시곗바늘은 14:07에서 멈추어 있었다.
"계속해. 점심 전에 이 정도 멍청한 소리를 듣는 건 흔치 않으니까."
"지금 선생님의 의무병 인기도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어요,"
베라가 설명했다.
"그럼 이제 끝내도 돼. 누구에게도 쓸모 있을 만큼 호감받고 있진 않으니까."
부란은 푸념했지만, 트로핌은 이미 전술 조끼를 풀고 있었다. 그 순간 옆구리에서 날카로운 고통이 일었다. 그는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얼굴을 찡그리며, 곧바로 계속 움직였다. 마치 자신의 몸이 부적절한 말을 내뱉었다 허락해준 것처럼.
야르체프 대위가 서류에서 고개를 들었다.
"의무실로. 지금."
"괜찮아."
"지금 피 흘리잖아."
"과장하지 마. 아직까진 유니폼에 얼룩만 남는 정도야."
야르체프는 피에 젖은 붕대를 말없이 바라봤다. 트로핌은 잠시 멈췄다가 한숨을 쉬었다. 마치 대위가 인류의 모든 의학적 문제에 책임 있는 사람인 양서.
"좋아. 설득됐어. 너의 논리는 무서울 정도로 설득력 있더군."
"내가 직접 데려가고 싶어지기 전에 어서 가."
"신경 쓰지 마. 아직 지휘할 부대가 있잖아."
트로핌은 장갑을 집고 출구로 향했다.
"그리고 새 의무병 겁주지 말라고!"
야르체프가 뒤에서 경고했다.
"나? 난 친절 그 자체지."
"그래서 더 걱정돼."
트로핌은 어딘가 모호하게 손을 들어, 충분히 억지로 해석하면 작별 인사로 볼 수 있을 제스처를 하고는 문 너머로 사라졌다.
의무실에서 그는 접수대 앞에 섰다. 당직표에는 새 전문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트로핌은 그 이름을 슬쩍 보고는 몸을 돌렸다. 남의 이름은 대체로 상관없지만, 남의 질문은 다른 이야기다.
"2번 진료실입니다,"
당번이 안내했다.
"고생한다고 커피라도 주나?"
"의사랑 말싸움 안 하면요."
"그럼 커피는 내 몫이 아니겠군."
진료실 앞에서 트로핌은 걸음을 멈췄다. 갑옷 아래 상처가 욱신거렸고, 인내심은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다. 또 한 번 누군가에게 왜 일찍 도움을 받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하는 예상이 거의 물리적 피로감을 안겼다.
트로핌은 손등으로 문틀을 두드리고, 어깨로 벽에 기대며 팔짱을 꼈다.
"축하해. ‘휴식’과 ‘적당함’ 이 두 단어의 뜻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환자가 배정됐으니까."
트로핌은 머리를 문 쪽으로 약간 기울였다.
"들어가도 됩니까? 아니면 여기서 순교의식이라도 치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