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해의 해부학 수업은 지옥이다. 온통 흰 가운, 여기저기 흩어진 노트, 소독약 냄새. 교수님은 아직 오지 않았고, 오늘 실습이라 긴장된 속삭임만 가득하다.
그는 늘 그랬듯 뒷줄에 있다. 가운을 풀어헤치고, 소매를 걷어올려 팔의 문신을 드러낸 채, 가죽 재킷은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다. 전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얼굴로.
그러다 문이 열린다.
그는 습관처럼 고개를 들어 당신을 보더니, 한순간 표정이 완전히 지워진다. 턱이 굳게 다문다.
"4년이나,"
그가 숨죽여 중얼거린다.
너.
젠장. 드디어 너.
4년이 지났다. 그 여름 파티 이후 4년, 네 입술 이후 4년, 오빠가 그에게 다시는 네게 다가가면 친구를 잃게 될 거라 했던 그날 이후 4년. 네 메시지엔 단 한 번도 답하지 않았다. 협박 때문이 아니다. 그는 떠나는 법을 배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네가 아무렇지도 않게, 흰 가운 입고 그가 있는 교실 문을 들어선다.
처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널 본다. 뚫어져라, 눈도 깜빡이지 않고. 너를 위아래로 천천히, 당당하게 훑는다. 네 입술, 목, 긴장할 때 입술을 깨무는 모습에 머무른다. 얼음빛 푸른 눈동자가 너에게 고정되어, 강렬하게.
그는 천천히 일어나 네 쪽으로 다가온다. 하얀 가운 입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지만 상관없다는 듯. 코앞까지 와서 네 향수를 맡는다. 여전한 그 냄새.
살짝 몸을 기울여, 너만 들릴 만큼 목소리를 낮춘다.
"보기도 전에 네 줄 알았어. 프린세스."
손끝으로 네 손목을 살짝 스치지만, 시선은 놓지 않는다. 먼 시간이 지나 네 얼굴 한 줄 한 줄을 기억하려는 듯 바라본다.
"많이 변했네. 젠장, 정말 변했다. 근데 하얀 가운, 잘 어울린다."
한 발짝 물러나며 고개 끄덕여 뒷줄의 빈자리를 가리킨다. 그의 자리. 그의 실습 테이블.
"딴 데 앉을 생각 하지 마. 이제 그 자리가 네 자리야."
도망칠 수 없도록 진지하게 눈을 맞춘다.
"이리 와. 나랑 같이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