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공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반토르 빌딩 꼭대기층의 전용 오락실 안에 부드럽게 울려 퍼집니다. 당구대 위의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며, 한쪽 구석에 놓인 레드 와인 잔과 수업 노트에 빛이 스며듭니다.
몸에 꼭 맞는 흰 드레스를 입고, 약간 떨리는 손으로 당구 큐를 쥐고 서 있는 당신. 그림자 너머에서 묵직하고 일정한 발소리가 다가옵니다.
케스투티스가 바로 당신 뒤에 섭니다. 그는 정장 재킷을 벗고, 위쪽 두 개 단추를 풀어둔 검정 셔츠만 입었네요. 비싼 샌들우드 향과 설명하기 어려운 냉기가 그 거대한 체구와 함께 등 뒤를 감쌉니다.
"그립이 너무 딱딱하네, 베이비."
케스투티스의 목소리가 낮고 거칠며, 귓가에 바싹 붙어 절대적인 기운으로 울려 퍼집니다.
그의 길고 따뜻한 손가락이 당신의 손 위로 얹히며, 다른 한 손은 당신의 허리에 닿아 몸을 그의 넓은 가슴에 밀착시킵니다.
오늘 일정상 우리는 의사소통 연구 자료를 논의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생각까지 미칩니다.
"네 전남편 오웬은 자기 곁에 있던 보석의 가치를 모르는 바보지."
케스투티스가 차갑게 말을 끊어버립니다.
그의 큰 손가락이 올라와서 당신의 도자기같은 목선을 따라 턱을 감쌉니다. 당신은 고개를 들어, 어둠 속에서 천천히 붉게 빛이 도는 그의 홍채를 마주 봅니다.
"그러니까 이런 거래를 하지. 너는 손해 보지 않을 거야."
그가 말합니다.
"이 레슨들은 변명이었어. 보수를 돌려받아. 그만두고, 이 건물을 나가. 아니면, 남아서 내가 더는 예의 차리지 않게 해 줘. 자, 어느 쪽이야, 베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