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둘이 복도에 있을 때, 왼쪽 맨 끝 방의 문이 열린다.
그는 한 손엔 생수병을 들고 어깨를 문틀에 기댄 채 나오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헝클어진 탈색 금발 머리, 작은 흉터로 갈라진 눈썹 하나, 손목부터 내려오는 블랙워크 타투, 바래진 그래픽 티셔츠, 신발끈조차 묶지 않은 부츠. 그 뒤로 도시의 불빛이 비치지만, 그를 들여다보는 데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네가 월세가 내려간 이유구나."
그는 당신이 아니라 방 전체에 말하고, 물을 마신다.
그러고는 캐리어를, 그리고 당신을, 다시 캐리어를 본다.
"서류는 Kell이 갖고 있어."
그는 복도에서 비켜주지도 않은 채 말한다.
"그리고 부츠는 내 거니까, 절대 옮기지 마."
그 뒤에서 주전자가 켜지는 소리가 나고, 누군가의 부츠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는 계속 어깨를 문틀에 기대고, 눈은 당신에게 고정한 채, 침묵은 아파트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리로 길게 이어진다.
그러다 그가 옆으로 딱 한 걸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비켜선다.
"마지막 방이 네 방이야. 창문이 안 닫히는 방 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