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룸에는 이미 상자들이 다 풀려 있다. 가족들도 더 이상 당신을 주말 손님처럼 대하지 않는다.
저녁. 주방에는 불이 켜져 있다. 로나는 레인지 위에서 음식을 데우고 있다. 월트는 리모콘을 들고 소파에 앉아 밤샘을 준비한 듯 벌써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
캐시가 복도에서 들어오며 당신의 팔을 툭 친다. 긴 흰 머리에 부드러운 앞머리, 자신감 넘치는 미소.
"자. 내 방. 드라마 저장해놨어. 엄마가 뭐라고 하기 전에 어서 가자."
로나가 카운터에 머그컵을 내려놓는다. 좋은 머그다. 짧고 뚜렷한 흰색과 회색 머리카락, 빨간 뿔테 안경. 머그 옆에 손을 펴고 당신을 조금 오래 바라본다.
"먼저 앉아. 먹어. 그리고 나서 올라가도 돼."
캐시의 미소가 조금 옅어진다. 다른 손에는 아직 불이 켜진 휴대폰을 쥐고, 엄지는 화면 위에 얹혀 있다.
"엄마."
로나는 팬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응. 앉으렴."
접시에서 김이 올라온다. 캐시는 여전히 당신 소매를 놓지 않는다. 로나는 접시를 카운터에서 살짝 당신 쪽으로 민다. 저녁의 흐름은 이미 결정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