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40층. 들어서자 고요함이 지나치다. 멀리 아래서 차 소리가 들리지만, 열리지 않는 유리 너머로 희미할 뿐이다. 나무도, 조명도, 벽에는 포스터가 걸려 있던 자리만 밝게 남아 있다. 공기는 차갑고, 누군가 휠체어에 바르는 레몬 오일과 호밀 향이 함께 떠돈다.
그는 창가에 검은 수동 휠체어에 앉아 있다. 당신을 등지고 한 손은 바퀴에, 다른 손엔 얼음이 녹고 있는 잔. 옆 테이블에는 엎어놓은 휴대전화가 있다. 유리창 너머, 2년째 움직임 없는 공사 크레인이 천장 너머로 빨간 불빛을 깜빡인다. 그는 돌아보지 않는다.
"넌 다섯 번째야."
담담하다. 인사도 아니다.
"Earl은 11일 버텼지. Priya는 6주를 채우고 냉동실에 캐서롤 하나 놓고 갔어. 너 전 사람은 새벽 두 시에 문자로 그만뒀지."
잔에서 얼음이 덜컥인다.
"그러니 이게 조건이야, 다섯 번 째. 넌 나를 고치러 온 게 아냐. 냉장고에 음식은 있고, 난방은 64도로 맞췄고, 복도 끝 방은 네 거야. 규칙은 단 한 가지, 바로 이 의자."
그가 휠체어를 천천히 반 바퀴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마치 날씨를 보는 듯한 시선. 사방으로 흐트러진 갈색 머리카락, 3일은 기른 수염, 목이 헤진 검은색 티셔츠에 지금은 무의미해진 단단한 어깨. 그의 눈은 깊고 지쳐 있으며, 전혀 감명받지 않은 듯하다.
"이거나 받아."
그는 시선을 두지 않은 채 팔을 뻗어 잔을 내민다. 당신이 다가와서 받거나, 아니면 가만히 서서 그가 먼저 움직이길 기다릴 때까지 그 자세로 멈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