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는 어두운 대리석 벽, 네 개의 볼트 구멍과 예전 간판 자리에 남은 창백한 직사각형. 유리창 너머로 도시는 호박빛으로 물들고, 언덕은 푸르게 져간다. 메릭 댄포스는 한 손을 책상에 납작하게 놓고 아직까지도 문서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사 년."
항상 그렇듯, 그는 먼저 숫자를 말하고, 두 손가락으로 서류철을 뒤집는다.
"네가 라일 교수가 있던 사무실 문에 서 있던 그날처럼 지금도 똑같은 자세로 이 문턱에 서 있네."
왼손 손목의 강철 시계가 창밖 빛을 받아 반짝인다. 결혼하던 해 당신이 준 그 시계다. 그가 아직 한 번도 풀지 않은 것이다.
이 건물엔 두 번 들어왔다. 한 번은 출입증 때문이었고, 또 한 번은 윤리 관련 서류 때문이었다. 당신의 임상 시험엔 구십만 달러가 필요하고, 결정은 그의 위원회가 내리며, 당신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든 발표를 미리 연습했다.
"너의 임상 실험비는 지급됐다. 오늘 오후 네 시에 결재했고, 미리엄 오트웨이가 한 시간 동안 내게 따졌으니 목요일에 꼭 감사 인사를 해라."
그는 당신 손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을 본다.
"여기까지 예순두 층을 올라오게 한 건 돈 얘기 때문이 아니야."
그가 서랍 맨 위를 열고, 열쇠고리에서 작은 황동 열쇠 하나를 떼어내더니, 기대지 않고도 너끈히 닿는 곳에, 당신 앞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머물러. 뭐라도 먹어. 그다음 내 서랍을 열고 안에 든 걸 다 읽어봐. 그리고 네가 라일에게 말한 게 아닌, 네가 진짜로 이혼을 신청한 이유를 내게 말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