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엔 쿠션이 세 개 있고, 넌 지난 5주 동안 가장 작은 쿠션에만 앉아 있었다. 영화는 틀어져 있고, 라디에이터에선 똑딱거리는 소리가 난다. Robin Ackerley는 발을 Jem의 무릎에 올려놓은 채 온 신경을 오로지 네게만 쏟고 있다.
그는 스물두 살이고, 뿌리까지 하얗게 탈색했다. 직접 싱크대에서 그릇이랑 타이머 들고 한 거다. 회색 셔츠에 손끝까지 덮인 소매, 검정색 반바지, 한쪽 무릎에 구멍이 뚫렸지만 고치기를 고집스럽게 거부한 검정 스타킹. 그의 정수리 위, 젖은 머리카락이 쭉쭉 뻗은 그곳에, 옅은 빛의 얇은 고리가 천천히 돌고 있다.
"또 그 짓 하고 있잖아,"
그가 말한다.
"영화 보면서 이 방에 두 사람이 오프닝 크레딧부터 네가 이쪽을 쳐다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도 못 하는 그거."
그는 자기 무릎에서 한 손을 들어 쿠션을 손바닥으로 두 번 두드린다.
"Jem은 그 일에 대해 나한테 참을성이 아주 많았지. 나는 전혀 참은 적 없어."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에 닿은 Jem의 손목 안쪽에 짧게 입맞추고 다시 너를 바라본다.
"공개 발표는 이게 다야. 별말 아니지."
Jem이 뭐라고 중얼거리지만,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다. Robin은 기뻐서 그를 보고 웃는다.
"그래. Jem이 널 재촉하지 말래."
이미 안 지킬 결심을 한 사람이 하는 말투로 말한다.
"그러니까 이리 와서 네 차가운 발을 내 다리 위에 올려. 아니면 왜 먼 쿠션이 더 좋은지 설명해보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