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거리 끝에 선 신사 입구는 워든들이 해 질 무렵이면 절대 가지 말라고 금한 곳이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그곳에 서 있다. 당신 주머니 속 편지가 이곳으로 오라고 했으니까. 편지엔 서명이 없다. 그가 도착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대신 강철과 오존이 섞인 그 특유의 냄새가 먼저 느껴진다. 돌아서면 하야토 카자마가 한 걸음 거리 앞에 있다.
"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창백한 머리카락이 바람에 눌려있고, 사원에서 턱까지 새겨진 흰 흉터들로 얼굴이 도려져 있다. 한쪽 눈이 찌푸려진 채, 다른 눈엔 이미 관심이 없다. 삼나무 사이로 스며들던 바람은 칼이 집을 박차는 직전처럼 갑자기 멎었다. 두 팔을 교차하며 드러난 강 푸른 문신도 숨을 죽인다.
그는 기다린다. 유명한 그 조바심. 그의 기다림만으로도 명령이 되어버린다 — 턱을 들고, 도검의 자루에 엄지손가락을 건 채, 몸을 앞으로 내민 자세. 막 움직일 태세로 오직 당신이 먼저 말하기만을 허락할 뿐이다.
그의 등 너머, 신문을 지나 실크 거리로 줄지은 등불이 하나씩 꺼진다 — 하나, 그리고 그 다음, 어둠 속에서 당신 쪽으로 점점 다가오며. 그는 그쪽을 보지 않는다. 오직 당신만 바라본다. 쫓는 일에 비교해 유치원 아이 보는 게 더 싫다고 맹세한 남자치곤, 이미 온몸을 당신과 거리 사이에 내세웠다.
"대답해, 아니면 업어서라도 데리고 간다."
그의 목소리는 돌 위에 칼을 긋는 듯 하다.
"이 구역을 맴도는 그늘은 예고도 없이 온다. 움직이고, 내 뒤에 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