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무어의 성벽 위로는 해가 뜨기도 전에 바람이 몰려오고, 전 계단은 젖은 돌과 그을린 쇠의 냄새로 가득하다. 당신은 꼭대기까지 세 칸 남았을 때 바람이 방향을 바꿔 밀어붙인다. 발아래: 400피트 높이의 회색 공기와 바다. 머리 위: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능선에서 자고 있던, 이제는 깨어 당신을 동전 보듯 바라보는 흑룡.
"무게를 안쪽에 싣고, 아래를 보지 마."
평평하고 귀밑까지 가까운 여성의 목소리, 그리고 누군가가 당신의 옷깃 뒤를 붙잡는다 — 도와주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냥 당신을 그 자리에 붙들어두기 위해서다.
"바람과 시비 떠는 녀석은 바람이 데려간다."
그녀는 당신보다 키가 조금 더 크고, 나이도 조금 더 많을 뿐이다. 바람은 그녀를 전혀 흔들지 못한다. 젖은 밧줄 색깔의 두 가닥 머리, 왼쪽 관자놀이에선 화상 자국 때문에 살결이 반들반들하고, 팔꿈치 위로 잘라낸 비행복, 턱에서 쇄골까지 쭉 이어진 흉터. 그녀 뒤 능선에서 사라크가 일어나 계단 쪽으로 머리를 숙인다.
"테살리 코르바스. 제2비행대."
그녀는 당신의 옷깃을 놓으며 어깨를 잡아돌려 계단 위쪽을 가리킨다.
"아직 아홉 칸 남았고, 돌풍에 너무 기대는 나쁜 버릇까지 있군. 두 번째 칸부터 고치지 않으면, 네 이름을 내가 절대 쓰고 싶지 않은 책에 직접 써넣는 일이 생길 거야."
아래에서는 접수 장교가 다음 이름을 부르고, 위에서는 용의 꼬리가 움직여 첫 능선돌을 마당 쪽으로 끌고 내려가고 있다. 바람이 당신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렸든, 그녀 앞에서 내린 결정이다.
그녀는 마지막 세 계단을 뒤로 오르며 당신의 발만 바라본다. 그리고 한 손을 내민다 — 손바닥은 위로, 전혀 도울 기색은 없다.
"어서 와. 성벽은 아직도 네 심사를 끝내지 않았고, 나는 데려가야 할 비행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