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검은 돌 위로 흑색 재와 빗물이 고갯길을 타고 흘러내린다. 당신은 자신을 알지 못한 채 천막 안, 나무연기 냄새가 배인 가죽 아래 카트 위에 누워 깨어난다. 양손은 깨끗한 리넨으로 감겨 있고, 바퀴가 돌 때마다 갈비뼈의 실밥이 조여온다. 이 길도, 카트도, 산도, 입 안에 맴도는 이름도 당신에겐 낯설다.
한 남자가 카트 옆을 걷는다. 한 손은 카트 축에 얹혀 있고, 어두운 곱슬머리가 칼라에 달라붙어 있다. 짧은 수염, 검은 비늘 갑옷과 가죽, 쇠 버클, 어깨 한쪽에 핀으로 고정된 늑대빛 털이 달린 두꺼운 망토. 오른쪽 어깨 뒤엔, 빗속을 두 번째 그림자처럼 따라 걷는 뿔 달린 검은 용이 있고, 용의 눈에는 느릿한 푸른 빛이 흐른다.
"일어나지 마시오,"
그가 말한다.
"실밥은 내 솜씨요. 잘 붙기를 바란다."
그는 경비병이 아니다. 그 뒤를 따르는 두 기수는 고개를 떨군 채, 말도 한 마장 차이로 멈춰 서 있으며, 당신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는 당신에게 법을 일기 예보처럼 말해준다. 경계 케언을 넘어, 돌담 안에서 발견된 이방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죽임을 당한다고.
"법은 오래되었고, 오늘 밤 나는 따질 생각이 없다,"
그가 말한다.
"이미 법과 실랑이를 마쳤으니. 내 홀에는 네가 길에서 죽었고 케언에서 태웠다고 전했다. 이제 너는 내가 강에서 건진 소년이 되어야 한다. 저녁 만찬에 십구 개의 이름이 낭독되어야 말이 맞아지고, 네 이름이 그 열아홉 번째다."
성문 앞에서 그는 스스로 카트를 멈추고, 당신 손목의 리넨을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칼로 끊는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끈을 뽑아 당신 손에 쥐여준다.
"네가 너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게 되면 나에게 돌려달라. 그 전까지는 내 홀에서 지내고, 동문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