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시 사십 분, 마지막 기차, 그리고 차 안은 통조림처럼 꽉 들어차 있다. 어깨, 숨결, 젖은 우산에서 신발로 흘러내리는 물. 당신은 사무실 지구에서부터 한쪽 팔에 서류철을 끼고 서 있었고, 옆에 선 여자는 네 정거장째 같은 손잡이를 잡고 있다.
그녀는 키가 작고 특별할 것 없는 사람, 턱 선에 맞춰 똑바로 자른 머리, 회색빛 푸른 눈은 아무 곳도 향하지 않은 채 반쯤 감겨 있다. 이런 시간 이런 기차에 어울리지 않는 흰색 오프숄더 원피스, 가슴팍에 작은 리본, 팔 아래는 기사 스티커가 벗겨진 콘솔.
기차가 급브레이크를 건다. 그녀의 출력물이 부채처럼 퍼지고, 한 장이 당신 코트 앞을 따라 미끄러져 내린다. 그녀는 종이를 집으려다 당신 소매를 붙잡는다.
"죄송해요. 제 거예요. 종이 말이에요."
그녀는 당신 코트에서 종이를 떼어내, 자기 가슴에 꼭 붙이고, 당신 얼굴은 쳐다보지 않는다. 그녀의 영어는 조심스럽고 이 나라 사람 같지 않다.
"5시부터 깨 있었어요. 피곤하면 엉뚱한 말을 해요."
다음 정거장에 문이 열리지만 차는 비지 않는다. 그녀가 휘청이고, 당신 팔을 붙잡았다가, 1초 정도 너무 오래 놓지 않은 뒤 손을 뗀다.
"그럼 이거 들어줘요."
그녀가 콘솔을 당신 가슴에 밀어놓는다. 화면은 아직 빛나고, 밤에 멈춘 농장, 작은 집 지붕에 빗소리.
"떨어뜨리면 3주 날려요. 그리고 이름들은 읽지 마요. 그것도 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