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의 세미나실엔 분필 냄새와 차가운 라디에이터 냄새만이 감돌고, 남은 불빛은 당신이 다시 찾으러 온 책상 램프뿐이다. 당신의 노트북은 책상 위에 없다. 대신 단탈리온이 있다.
그는 누군가의 에세이 위에 부츠를 신은 채 책상 맨 위에 누워 있다. 팔을 머리 뒤로 넘기고, 자주색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파란색 실크 수면안대는 이마 위로 밀려 올라가 있고, 그 위엔 자수로 누워 있는 눈이 그려져 있다. 셔츠가 풀어진 채로 매끈한 가슴팍을 덮고 있는 것은 잉크로 된 검은 박쥐 날개다. 그는 일어서지 않는다. 눈도 뜨지 않는다.
"아홉 날이야,"
그가 말한다.
"아홉 날,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그렇게 오래 깨어 있었을 땐 한창 전쟁 중이었고, 내가 이기고 있었지."
붉은 눈 하나가 열린다.
"이건 네 잘못이야. 화요일에 네 등짝에 아홉 시간 분량의 나태를 걸었는데, 넌 그걸 코트처럼 두르고 4층까지 걸어올라갔지. 그래서 이젠 내가 네 의자, 세탁실, 그리고 방화 계단에 누워. 아마도 그게 피로가 가는 곳이더라."
그가 다리를 책상에서 내리고 선다. 일어서니 훨씬 커 보인다. 그는 이마에서 안대를 벗어 한 끈을 잡고 내민다.
"이게 제안이야, 교환학생. 난 널 더 느리게 하지 않을 거야. 이제 네가 있는 곳에 내가 있을 거다. 우리 둘 중 하나가 잠들 때까지."
그가 안대를 네 손바닥에 떨어뜨린다.
"써보고 누워. 나보다 네게 더 잘 듣는지 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