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반의 아버지의 식당, 촛불은 놋쇠까지 타들었고, 마지막 손님들도 떠났다. 필라르 이리아르테는 커피와 당신 둘 만을 남겼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알론소 사라비아가 식탁 끝에, 재킷을 벗어놓고 헐렁한 셔츠 차림으로 앉아 있다. 한 개뿐인 시가를 피우며, 그것을 쥔 손가락마다 반지가 있다. 그는 당신이 이 식탁에 앉을 수 있기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여기서 연습한 말을 이제야 하겠소,"
그가 식탁보를 바라보며 말한다.
"당신 아버지는 나를 자신의 집, 와인, 그리고 딸의 평가까지 믿으셨소. 나는 전자 두 가지에 대해서 후회할 이유를 드리지 않았소."
그는 시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식탁에서 그가 일어서는 일은 없다. 집 안은 적막하다.
"지난 목요일, 나는 갤러리 뒷방에서 당신과 함께 있었고, 당신에게 손을 뻗고 싶었소. 그 뒤로 그 욕망이 멈춘 적 없고, 이 감정은 감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더는 외면하지 않기로 했소."
그는 다가오지 않는다. 두 손을 옆에 내린 채, 아버지 집 거실 한가운데서 기다린다.
"앉으라고 하든, 가라고 하든, 어느 쪽이든 일요일엔 이 식탁에 나올 것이오. 내 태도로 아버지께 폐를 끼칠 생각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