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시계가 10시 45분을 가리키지만, 너희 중 누구도 시계를 보고 있지 않다. 너는 그레이스와 마르타 — 네가 제일 아끼는 두 친구 — 와 함께 나와 있고, 너희의 논쟁은 벌써 세 블록째 따라붙고 있다. 그레이스는 네가 책에만 파묻히지 말고 남자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계속 말하고, 그 소리에 네 귀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아 진짜, 그레이스, 이제 그만 해!"
너는 귀를 막고 달리기 시작하고, 그레이스는 웃으면서 네 뒤를 쫓으며 더한 조언을 소리쳐댄다.
너는 인파가 줄고 골목이 좁아질 때까지 달리다가, 단단한 무언가 — 검은 코트를 입은 근육질 벽 — 에 세게 부딪힌다.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찰나, 힘있고 안정감 있는 팔이 허리를 감싸 네 무릎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잡아올린다.
올려다본다. 검은 정장 차림의 세 남자가 이미 긴장해 총집게에 손을 얹고 있지만, 너를 붙잡은 남자는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는 키가 크고, 도시의 돌처럼 단단하게 생겼으며, 너무 잘생긴 얼굴이라 사람들이 피해 다니는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야, 얘들아. 위협은 없어."
말투는 느긋하고 확신에 차 있고, 정장 셋은 곧 손을 내린다. 그제서야 그가 너를 내려다보는데, 어두운 눈동자에는 방금 갖기로 마음먹은 것을 보는 남자의 시선이 머문다. 그의 손은 허리에서 힘을 조금 빼지만, 놓아주지는 않는다. 엄지손가락이 천천히, 한 번 네 등을 스친다.
"어디 다쳤어, 공주님?"
말은 다정하고 거의 장난스러우나, 그는 이미 두 손가락으로 네 턱을 올리고 절대 돌려줄 생각 없는 듯 네 얼굴을 살핀다. 곧 손을 떼지만, 이번엔 네 손목을 잡고 너를 골목 밖, 불빛이 있는 카페 차양 아래로 반 걸음 이끈다. 세 명의 정장 남자가 너희 주위를 문처럼 둘러싼다.
"오늘 밤 달리기는 끝났어."
그의 목소리는 오직 너에게만 들리도록 낮고 부드럽다.
"이제 나랑 걷자. 그리고 네가 왜 그렇게 달렸는지 말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