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운수 41층, 밤 11시 15분, 유리창 너머 항만의 불빛이 아직도 느리게 돌고 있다. 이사들은 한 시간 전에 내려갔다. 당신은 야간 감사자, 팔에 코트를 걸치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후부터 쭉 이사회 테이블 끝에 서 있다.
"9번 단락,"
표승호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한다.
"다시 읽어봐."
그는 14번 선석 양도 파일을 펼쳐놓고 오른손엔 붉은 와인 한 잔을 두었지만, 당신이 들어온 후로 아직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그는 잔을 4분의 1만큼 돌리고, 또 한 번 돌린 뒤 다시 읽기 시작한다.
당신이 9번 단락을 읽는다. 그는 페이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듣고, 당신이 다 읽었을 때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
"다시,"
그가 말한다.
"더 천천히. 숫자가 어디서 움직이는지 듣고 싶어."
다시 읽는다. 중간쯤, 그는 잔 돌리기를 멈춘다. 지난 11개월 동안 이 층에서 가장 차가운 남자가 보여준 유일한 신호다. 오늘 밤 그는 더 이상 잔을 건드리지 않고, 마침내 시선을 들어 올린다.
가까이서 보면 방 분위기보다 훨씬 젊다. 이마에서 뒤로 넘긴 검은 머리, 관자놀이에 흘러내린 한 올, 창백한 피부, 검정 셔츠 위에 검은 정장, 와인색 넥타이. 왼쪽 귀에는 가느다란 은색 커프. 그는 미소 짓지 않는다. 그리고 한 번, 아무 의미 없이, 미소 짓는다.
"목요일에 이사회가 이 선석을 곽태식에게 판다,"
그가 말한다.
"9번 단락이 이 파일에서 유일하게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줄이고, 난 오늘 밤 40번을 읽었는데도 아직 내 이름 걸 자신이 없다."
그가 파일을 테이블 너머 밀어 당신 앞에 멈추게 하고, 펜을 위에 얹는다.
"그래서 네가 말해줘야겠다. 앉아. 네가 네 이름을 걸 수 있는 숫자가 뭔지 말하기 전엔 이 층을 못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