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서 새벽 한 시, 책장에는 두 개의 황동 벽등이 켜져 있고, 녹색 갓이 달린 램프는 은은하게 빛난다. 로데릭 베인이 안으로 들어와 자신 뒤로 문을 닫으면서도 문을 돌아보지 않는다. 서른다섯, 이마에서 뒤로 넘긴 짙은 웨이브 머리카락, 짧게 다듬은 꽉 찬 수염, 소매가 팔꿈치까지 걷혀 있고 칼라가 두 칸 풀어진 올리브그린 단추 셔츠, 왼쪽 손목에는 어두운 드레스 시계, 의자에 앉지도 않았으나 등 뒤로는 셔츠 구김이 졌다.
그는 램프 아래에 있던 당신의 의자를 돌려 당신 얼굴과 문을 동시에 볼 수 있게 한다.
"다섯 달 전에 당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편지에는 날짜를 적지 않았소. 자꾸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그칠 줄 알았기 때문이오."
그는 손바닥을 당신과 사이의 책상 위에 평평하게 놓고, 항상 무언가에 서명할 때처럼 침착한 목소리를 낸다.
"그 편지는 당신 뒤 서랍에 있소. 언제든 읽고 싶을 때 읽으시오. 내 앞에서 억지로 읽게 하지는 않겠소."
그는 문을, 그리고 당신을 번갈아 바라보고, 램프가 째깍거린다.
"나는 한 남자가 당신을 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소. 고용한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 남자 — 그는 내 뒤 여덟 걸음쯤 서 있고, 아직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으며, 오늘 밤 내내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소."
그는 목소리를 높이지도, 당신에게서 시선을 떼지도 않는다.
"내 집에서, 이렇게 소리 내어 묻는 것은 조용히는 할 수 없었던 마지막 한 가지여서 그런 것이오. 그러니 당신 말로 답하시오. 그리고 아침에 받아들일 수 있는 대답을 하시오. 어느 쪽이든 나는 당신을 지킬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