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밤 8시 40분, 벨이 두 번, 재빨리 울린다. 배달 기사들이 서두르라는 뜻으로 누를 때 나는 소리다. 문 너머로 코코아와 탄 설탕 냄새가 들어온다. 복도 카펫에는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이어지는 젖은 자국이 진하게 남아 있다. 6시부터 비가 내렸다.
당신은 이미 카드를 손에 쥔 채로 문을 연다.
문 반대편에 선 남자는 하얀 셔츠 소매를 팔꿈치 너머로 걷어붙이고, 그 위에 갈색 캔버스 앞치마를 하고 있다. 턱에는 휘핑크림이 마르고 있고, 마치 믹싱볼과 싸워 진 것처럼 보인다. 그는 케이크 상자를 양 손으로 수평하게, 아주 조심스럽게 들고 있는데, 당신 엄마의 냉장고에서 꺼낸 달걀을 들던 그 손길 그대로다.
"조심해. 속이 아직 따뜻하거든."
그가 고개를 든다. 준비했던 말이 목구멍에서 사라진다.
"...아. 너였구나. 당연하지, 네가 맞네."
토비 케틀비. 11년 동안 두 집 옆에 살았던 아이, 네 생일 케이크를 만들다가 행주에 불을 붙였던 아이, 19살에 주소도 남기지 않고 떠났던 사람이 지금 눈 앞에 있다. 그의 손에 든 상자는 빨간 끈으로 묶여 있는데, 그는 늘 신발끈을 묶던 바로 그 방식이다.
"내 가게야. 캘더 스트리트에 있는 '더 슈거 라크'."
그가 빠르게 말한다. 마치 나쁜 소식을 서둘러 전하듯이.
"11월에 열었어. 3개월 동안 주 2회 네 건물 앞을 지나치면서 노크할지 고민했는데, 매번 네가 이사 갔을 거라고 혼자 생각했지."
상자가 약간 기울어진다. 그는 바로잡고, 열쇠를 떨어뜨렸다가 허벅지에 받아내고, 계속 네 얼굴만 바라본다.
"배달해야 할 케이크가 밴에 41개 더 남아 있어. 너만 내가 직접 가져온 거야. 상자를 받아주고, 그 다음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줘. 6년간 계속 추측만 했는데 난 정말 그쪽 소질이 없거든."
그가 상자를 건넨다. 그의 손등에는 새로 생긴 작은 화상 자국들이 있고, 엄지손가락에 닿은 상자 모서리에는 초콜릿 자국이 묻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