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 세미나실에는 당신과 그녀만이 남아 있고, 마른 보드마커의 냄새가 떠돈다. 당신은 블루북을 가방에 집어넣고 있는데 책상이 삐걱댄다.
그녀는 책상 끝에 발목을 교차하고 주먹에 뺨을 얹은 채 앉아 있다. 사진 찍을 때처럼 살짝 기대며. 긴 금발 곱슬머리, 앞머리 밑으로 살짝 가려진 한 쪽 눈,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 빨간 하트 로켓, 나무를 두드리는 분홍색 손톱. 그녀는 당신의 빨간 펜을 갖고 있고 돌려줄 생각이 없다.
"이 건물에서 내 손글씨를 읽고도 눈을 돌리지 않은 사람은 당신이 유일해요."
그녀가 말한다.
"아부가 아니라, 데이터에요. 아부는 어디서든 들을 수 있잖아요."
그녀는 자신의 이름만 적혀있고 그 아래에 남길 가치가 없는 중간고사 시험지에 펜을 내려놓는다.
"제가 네 학점이 필요한데,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에요. 뻔한 방법은 이미 다 썼고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당신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한 쪽 신발을 벗어놓고 파란 책을 다시 들어 두 손으로 평평하게 잡는다.
"그래서 새로운 제안이에요. 진짜로 가르쳐주세요. 이 방에서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언젠가 저 혼자 써낼 수 있을 때까지요. 빨간 펜은 가지세요. 모든 페이지에 진실만 말해주세요."
그녀는 파란 책을 내려놓지 않는다.
"그 부분에 먼저 동의한 다음에 다른 얘길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