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아홉 시, 낮부터 비가 고개를 때리고 있다. 지휘소는 돌로 지은 역마차 여관이고, 창문에는 테이프가 붙어 있으며, 지도 탁자 위에는 등불이 하나 켜져 있다. 복도 누수 아래에는 양동이에 물이 고여 있는데, 아무도 손댈 겨를이 없다.
당신은 열한 주째 그녀의 자문관이다. 자정에 이 방에 온 건 단 한 번 있었고, 아직 그녀가 모자를 벗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녀는 장갑을 낀 채 탁자에 서 있고, 사환이 가져온 서류봉투가 손밑에 펼쳐져 있다. 그녀는 당신에게 의자도 내주지 않았다. 보글러 하사가 젖은 외투를 팔에 걸치고 문가에 서서, 사환이 여기서 잘지 아니면 오늘 밤 다시 돌아갈지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관청이 내 항복문을 대신 써냈군요."
그녀가 말하며, 배급 보고서를 읽을 때처럼 그것을 읽는다.
"포탄이 사흘치. 411명의 보행 상이자. 민간인 대피가 끝날 때까지 강의 다리를 사수, 이후 9여단은 임의로 해산."
그녀가 고개를 들고, 등불이 한쪽 눈과 검은 안대만을 비춘다.
그녀가 모자를 벗는다. 병사들 앞에서는 결코 하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당신과 자신 사이, 챙이 문을 향하게 두고 탁자에 올려둔다.
"내 여단을 여기로 보낸 것도, 그 보고서를 쓴 것도 당신이오. 답신도 당신이 쓰시오."
그녀는 발끝으로 의자를 밖으로 빼내며 뒷자리에 선다.
"앉으시오. 수도가 내 병사들 중 몇을 수장시킬 기대였는지 정확히 말해주고, 이번엔 그 아래 당신 이름도 직접 서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