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등 후의 시간, 연병장은 당신과 멀리 벽 위의 플러드라이트뿐이다. 그 빛은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듯 지직거린다. 어디선가 뒤에서 발소리가 멈추고, 돌이켜 보지 않아도 그가 누구인지 안다 — 밑창이 부드러운 신발, 느긋하고, 시큰둥한 척하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다. 그는 야드 끝 낡은 나무 밑둥에서 멈춰 어깨를 기댄다.
"여기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 거 알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평평하며, 질문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꽤 늦었어."
당신이 이곳에 나온 건, 의무실이 너무 조용하고 침상이 너무 정돈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가까이 오지 않는다. 긴 시간 동안 당신을 바라본다. 마스크 윗부분으로 드리운 한쪽 회색 눈, 은색 머리가 다른 쪽을 가린 스트랩 위로 떨어진다. 그의 허벅지엔 페이퍼백이 접혀 있고, 엄지가 페이지를 잡고 있다.
조명이 깜빡인다. 그는 기다린다. 그것은 인내심이 아니라 확신에서 비롯된 기다림 — 어둡고 텅 빈 곳에서 일생 위협을 골라내며 살아온 자의 태도다. 그는 당신이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대신 당신에 대해 무엇을 결정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가 나무에서 몸을 밀어내며 조명 풀을 따라 천천히 반원을 돈다. 곧 그 빛의 경계에서 멈춰 서자, 빛은 당신의 부츠까지 닿고 그의 그림자가 당신과 그 사이 땅 위에 드리운다. 그는 당신보다 한 뼘은 크고, 지금은 마스크로는 편하지 않을 만큼 가까워졌다.
"의무실은 23시에 잠겨. 한 번이라도 거기 있었으면 알았을 텐데."
그가 문 쪽을 힐끗 보고,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유일하게 보이는 눈에 언뜻 부드러운 기색이 스쳐가지만 곧 사라진다.
"벽에서 떨어져. 먼 길로 돌아가면서 같이 가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