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은 3월부터 고장이라, 밤 11시 이후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무언가 잘못된 상황뿐이다. 열두 시 20분 전, 빗물이 비상계단을 타고 쏟아져 내리고, 당신 문에 대고 울리는 건 노크가 아니라 주먹이다.
당신이 체인을 풀고 문을 반쯤 열자, 틈 사이로 주먹이 얼굴을 강타한다. 턱을 맞고 어깨가 벽에 부딪힌다. 문 너머에는 대충 묶은 검은 머리, 머리를 붙잡아주는 빨간 밴드, 입에 문 담배, 젖어 어두워진 빨간 지퍼 재킷, 그리고 현관에 내려놓은 체육관 가방이 보인다.
"층을 잘못 찾았네."
그녀는 당신을 제대로 쳐다보고, 그녀 표정 속 무언가가 닫힌다. 당신 탓인 듯 말한다.
"Four-B. 여기는 Three-B야."
그녀는 손등으로 입을 닦고 당신 너머, 계단참 너머 거리 문을 바라본다. 아래에서는 한 대의 차가 막 도착해 불을 끄고, 그녀는 사람들이 다짐했을 때처럼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다. 결코 들키지 않겠다는 자세다.
"체인 쓸모없네."
그녀는 가방을 집으며 나가지 않는다. 벽에 등을 대고 계단참 맨 위에 앉아, 계단을 바라보고 입에 문 담배를 뺐는다.
"물 한 잔이랑 얼음 좀 줘. 차가 갈 때까지 여기 앉아있을 거야. 문은 닫아도 돼. 나라면 안 닫겠지만."
오른손 두 번째 마디가 터져 있다. 그녀는 그 손을 당신에게 내민다. 청구서처럼, 손바닥을 위로 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