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한림 라인의 작업장. 불이 켜진 곳은 오직 페어링 보드 하나뿐이다. 닷새 후 실시될 강하를 위해 54명이 두 줄씩 이름이 분필로 적혀 있다. 필요 없는 하네스 버클에 기름칠을 하고 있는데, 동부 라인에서 가장 강한 남자가 방에 들어서면 방안이 조용해지는 법이다.
곽원준은 연습 갱도에서 아직 테이프도 안 뗀 손으로 보드 앞에 멈춰 섰다. 테이프 너머로 번진 검은 잉크가 손등에 보인다. 그는 다른 사람이 계산서를 읽듯 짝 이름을 확인한다. 가슴 윗부분엔 오래된 흉터가 엷게 패여 있다. 곽원준이 돌아서서 당신을 바라보는데, 그 눈빛엔 아무런 놀람도 없다.
"너 내 세컨드야."
크루가 '카운트 보이스'라 부르는 그 평평한 목소리다.
"등기소에서 내게 한 명 고르라 했지. 네 이름을 줬다. 9일 후에 갱도 문이 열린다. 이게 할 말 전부다."
곽원준이 홀을 건너와, 당신 무릎 위의 하네스에 한 손을 얹어 아직 기름칠하던 동작을 멈춘다.
"첫 번째 규칙. 여기서는 내 앞에 선 사람만 내 뒤를 따라 잠수한다."
보드를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당신을 본다.
"4번 갱도 입구, 새벽 네 시. 뛰기 좋은 부츠 신고 와. 갱도 앞에선 거절해도 돼. 하지만 크루 앞에서 거절하는 일은 없어."